폐암으로 투병하던 여배우 김자옥씨가 63세로 별세했다.
소속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씨가 16일 오전 7시40분 별세하셨다”며 “고인은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으며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 치료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4일 금요일 저녁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2008년 4월 종합검진에서 대장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폐로 전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대장암 투병 중 암세포가 임파선과 폐에 전이됐다”며 “암은 힘든 게 아니라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병이다. ‘남편한테 좋은 말을 해줘야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1951년 부산에서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던 시인 김상화씨의 2남5녀 중 3녀로 태어났다. 70년 MBC 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력과 흥행성을 겸비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75년 작가 김수현의 드라마 ‘수선화’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고 ‘모래 위의 욕망’ ‘사랑과 진실’ ‘유혹’ 등을 통해 안방극장의 스타로 사랑받았다. 스크린에선 76년 변장호 감독의 ‘보통여자’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영아의 고백’ ‘지붕 위의 남자’ 등에 출연해 관객을 끌어모았다.
대장암 수술을 받고 경과가 좋아 한 달 만인 2008년 5월 SBS 드라마 ‘워킹맘’에 출연했다. 이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오작교 형제들’과 지난 3월 종영한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등을 통해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연기 외에 성우, 가수로도 활약했다. 74년 MBC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계절’에서는 성우를 맡아 한국방송대상 성우상을 받았고 90년대 MBC 코미디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 날’의 코너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는 여고생 복장을 하고 등장했다. 96년 가수 태진아의 권유로 가수로 데뷔, ‘공주는 외로워’를 불러 ‘공주 신드롬’도 일으켰다. 지난 1월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누나’에 출연하기도 했다.
인기 절정이던 80년 가수 최백호와 결혼하며 연예계를 은퇴한 고인은 2년 뒤 KBS 드라마 ‘사랑의 조건’으로 복귀했고 이듬해 최씨와 이혼했다. 84년 그룹 ‘금과 은’의 보컬 가수 오승근과 재혼해 지금까지 연예계의 대표 잉꼬부부로 살아왔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오씨는 “지금은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문화계 인사들은 슬픔을 표했다. 배우 나문희, 유호정, 윤소정, 주원과 개그우먼 이성미, 박미선 등이 조문했다. 위암 투병 중인 소설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마왕님(신해철씨)에 이어 공주님도 가셨다”면서 “모두 이 땅에 오래 계셔야 할 정의롭고 아름답고 선량하신 분들”이라며 애도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은 19일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영원한 공주님, 이젠 하늘나라로…
입력 2014-11-17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