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또 문제 오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의 8번 문제에 수험생의 이의제기가 집중됐다. 올 수능은 상위권 수험생에게 변별력이 낮은 편이어서 문제 하나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 만에 하나 문제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정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영어 25번은 복수 정답이다”=영어 25번은 도표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설명을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문제다. 선택지에서 ④번은 2006년과 2012년 사이의 이메일 주소 증가폭이 2배가 채 안 되는 도표 내용을 ‘3배’라고 설명했으므로 명백히 일치하지 않아 정답이 되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수험생들은 ⑤번도 도표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표를 보면 2006년 2%이던 휴대전화번호 공개 비율이 2012년 20%로 증가했다. 그런데 ⑤번 보기는 ‘18% 증가했다’(an eighteen percent increase)고 기술하고 있다. 2%에서 ‘18% 증가’하면 2.36%가 되며, 2%가 20%로 늘어난 상황을 정확히 기술하려면 ‘18% 포인트 증가’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의신청자들의 주장이다.
만약 평가원이 복수정답을 인정한다면 혼란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답자가 늘면 평균점수가 올라가 가뜩이나 쉽게 출제됐다는 지적을 받는 영어의 변별력이 더 낮아진다. ④번을 정답으로 고른 수험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평가원은 지난해 출제 오류로 홍역을 치르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고교 영어교사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영어 25번의 복수정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생명과학Ⅱ 8번 정답 잘못됐다”=생명과학Ⅱ 8번에도 이의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오후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이의신청 게시판에 240명 이상이 문제의 정답 오류를 지적했다.
이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해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정답을 ④번이라고 제시했으나 이의신청자들은 정답은 ②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번 문항의 그림에서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인데, 교과서나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어 RNA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이 틀렸다는 것이다.
EBS 생명과학 강사인 박기웅 교사는 “문제와 정답 자체만 놓고 보면 오류가 있다는 주장에 상당 부분 수긍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내용은 배웠지만 조절유전자에 대해 상세한 내용까지 교육과정에 포함되는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과정을 넘어선 지식이 필요한 문제라면 올해 시행된 ‘선행학습금지법’을 평가원이 지키지 않은 셈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평가원 게시판에는 생명과학Ⅱ 8번의 정답은 ④번이 맞는다는 ‘반대의견’도 10개 이상 게재됐다. ④번을 택한 수험생들의 의견으로 보인다. ‘물수능’으로 한 문제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평가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누군가의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생명과학Ⅱ는 의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학생이 많이 택하는 과목이다. 최근 의대 입시는 의학전문대학원 축소로 정원이 늘면서 경쟁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평가원은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이의신청실무위원회의 검토와 학회·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24일 정답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수능 또 오류 논란… 생명과학Ⅱ 8번 이어 영어 25번도
입력 2014-11-1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