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마음으로 결혼 준비해온 동생이 죽었다니 눈앞이 캄캄”

입력 2014-11-17 03:58
전남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 화재 참사 소식을 전해들은 피해자 부모들과 유가족들은 밤을 새워 사고 현장에 달려와 통곡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16일 오전 11시쯤부터 시작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감식 상황을 교대로 지켜보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국과수 직원 3명과 전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7명, 담양경찰서 과학수사 직원 등 10여명이 구조물 기둥만 겨우 남은 처참한 화재 현장에 대해 감식을 벌였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은 한참 동안 맥이 풀린 표정으로 현장을 응시하다 오열하기를 반복했다. 또 유가족 일부는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사고 수습과 향후 대책에 대한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항의하며 흐느끼기도 했다.

내년 2월 결혼을 앞두고 희생된 정모(30)씨의 사촌형은 “행복한 인생을 펼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해 온 동생의 사망 소식에 눈앞이 캄캄하다”면서 “평소 활동적이고 만능 스포츠맨으로 운동신경도 좋았는데 화재 현장에서 곧바로 빠져나오지 못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정씨의 연인은 현재 광주의 예비 시댁에서 부모님을 위로하며 함께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송모(35)씨 역시 한달 전에 결혼한 새신랑이었다. 함께 숨진 류모(40)씨는 동아리 모임에 아내와 딸을 데리고 참석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같이 희생된 고모(18)양은 올해 입학한 뒤 패러글라이딩 동아리에 가입해 열심히 활동해온 대학 새내기다. 첫 비행을 끝낸 뒤 동아리 회원들의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안타까운 참변을 당했다. 고양의 유족은 “대학생이지만 만 나이로는 아직 미성년자인 조카가 죽었는데 어떻게 죽었는지 경찰은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대학 측도 설명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 일부는 국과수의 1차 현장감식이 끝난 뒤 대덕면 인근 대조마을회관에 마련된 유가족대기소에 침통한 표정으로 모였다. 이어 경찰 브리핑을 듣기 위해 인근 대덕치안센터로 이동할 때는 걸을 힘조차 없어 부축을 받는 유족들도 보여 안타깝게 했다.

마을 주민 김모(67)씨는 “세월호 참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과 불과 며칠 전 바닷속에 가족들을 놔둔 채 수색을 중단한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이 끝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에 마을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고 말했다.

담양=김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