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는 한 곳뿐인 데다 좁고… 변변한 소화기도 없었다

입력 2014-11-17 04:05
전남 담양군 펜션 화재 현장에서 16일 오전 경찰 과학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요원들이 감식을 하고 있다. 15일 밤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바비큐장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는 펜션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펜션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났지만 변변한 소화기도 없었고, 출구도 한 곳뿐인 데다 좁아 빠져나오지 못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와 장성 요양원 화재 사건,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등이 잇따르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15일 오후 9시45분쯤 전남 담양군 대덕면 매산리 H펜션에서 불이 나 대학생 등 4명이 숨지고 펜션 주인 최모(55)씨와 투숙객 장모(20)씨 등 6명이 화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남성 3명과 여성 1명 등 시신 4구를 수습했다. 사망자 중 류모(40) 송모(35) 정모(30)씨 등 3명은 전남 나주 동신대 졸업생이고, 고모(18)양은 재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펜션에는 동신대의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 등 26명이 투숙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담양의 패러글라이딩 훈련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바비큐장에서 회식을 하던 중이었다. 58㎡(17평) 정도의 바비큐장이 놓인 원형 테이블 4개가량에 숯불을 피워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한 생존 학생은 “고기가 올려진 불판 아래 숯불의 불이 거세게 올라오자 누군가 불을 끄려고 물을 부었다”고 말했다. 숯불을 둘러싼 기름받이에 고여 달궈진 고기 기름에 물이 닿자 폭발음과 함께 기름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는 것이다. 이어 불은 천장의 억새로 만든 발에 옮아붙었고, 샌드위치 패널로 된 벽면과 목재 판자에까지 번지면서 순식간에 바비큐장을 덮쳤다.

학생들은 앞 다퉈 입구를 찾아 뛰어가려 했으나 고기 굽던 테이블이 바비큐장 가운데에 있는 출구를 막고 있어 서로 뒤엉켜 아비규환에 빠졌다. 생존자들은 “식탁이 입구를 막고 있어 빠져나오려면 지그재그로 돌아 나와야 해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가까스로 밖으로 뛰쳐나간 학생들이 소화기를 찾아 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졸업생인 생존자 A씨는 “그 큰 건물에 소화기가 한 대밖에 없었고, 그나마 다른 건물에 있었다”며 “내가 직접 소화기를 쐈지만 약 30초 만에 소화기가 꺼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 사이 불길은 바비큐장 전체로 번졌고, 좁은 출구 때문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은 불길 사이로 손을 뻗어 안에 갇힌 선후배를 빼보려 했지만 거센 불길에 손과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물러나야 했다.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생존자는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펜션 앞마당을 데굴데굴 굴렀다. 사망자들은 출구 바로 안쪽에서 발견됐다. 시신은 모두 껴안은 채 뭉쳐 있는 상태였으며 맨 아래에는 재학생 후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담양소방서 관계자는 “마지막에 깔려 있는 시신이 후배인 여성이었다”며 “선배들이 쓰러져 있는 후배를 부축해 데리고 나오려다 불길에 막힌 것으로 보인다. 쓰러졌을 때도 남자 선배들이 여자 후배를 껴안고 끝까지 구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화재 현장을 방문해 소방 당국으로부터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동신대는 대학 내에 담양화재사고비상대책본부를 구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담양=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