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양쪽 사이에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러시아와 독일 정부가 상대국의 외교관을 잇따라 추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사고의 책임공방전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독일대사관 소속 외교관을 추방했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정부가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하자 맞불을 놓은 것으로 슈피겔은 분석했다. 독일 외무부는 “이번 일은 보복성 추방”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외교관 맞추방 사건이 발생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군사훈련이 빌미가 돼 캐나다와 러시아의 외교관이 상대국에서 추방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친러시아 반군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반군이 장악 중인 동부 지역을 경제·행정적으로 봉쇄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독자 공화국을 선포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모든 공공기관과 은행 등에 철수 명령을 내리고 지난 9월 민스크 휴전협정 이행 차원에서 동부 지역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했던 ‘특수지위법’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서방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편 사고와 관련해 다시 도발했다. 러시아 공영방송 채널1 등은 14일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말레이기 방향으로 미사일을 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위성사진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러시아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사진 속 여객기는 MH-17편(보잉 777) 기종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호주의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조잡한 포토샵 조작”이라고 꼬집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 브리즈번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16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유럽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가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계속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리즈번에서 서방국 정상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들 중 가장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G20 공동선언문 발표 전에 호주를 떠난 것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친러 반군 지역 공공서비스 중단 조치에 대해서도 “큰 실수이며 자신들의 손으로 동부 지역을 잘라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러-獨, 외교관 맞추방… 우크라이나 사태 ‘갈등’ 격화
입력 2014-11-17 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