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해도 사업전망이 양호한 중소기업에 은행이 장기대출이나 지분투자로 자금을 지원하는 ‘관계형 금융’을 본격 추진한다. 취지는 좋지만 금융위원회가 강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는 ‘기술금융’(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상당부분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자의 정책과 관련한 실적을 내놓으라고 은행들을 압박하다 보면 부실 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담보·보증에만 의존하는 기존 관행과 다른 중소기업 대출인 관계형 금융을 오는 24일부터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사업전망이 밝은데도 담보·보증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필요한 자금을 제때 지원받지 못해온 유망 중소기업을 도와주기 위한 제도다.
세부실행 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제조업·정보통신기술업종의 중소기업 가운데 대상 업체를 발굴해 재무제표·신용등급 외에 회사 대표의 도덕성, 경영의지, 업계 평판 등 비(非)계량적 정보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대상 기업에 3년 이상 장기대출해주고 심사결과에 따라 대출한도와 금리를 우대해준다. 또 은행은 전환상환 우선주나 전환사채(CB) 등에 3년 이상 투자해 주주로서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
기존 관행상 대출받기 어려운 유망 중소기업에 대해 자금지원을 늘리는 정책이란 점에선 관계형 금융과 기술금융은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엇비슷한 정책을 금융위와 금감원이 따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 기관은 “기술금융은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지원되는 금융이고, 관계형 금융은 은행과 기업의 장기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비계량 정보가 양호하면 지원되는 금융”이라며 “서로 겹치거나 상충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충청권 기술금융 실적 우수지점을 격려 방문해 “기술금융 활성화는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의 기술금융 드라이브에 더해 금감원의 관계형 금융 독려가 이어지면 은행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억지로 지원 대상 업체를 찾아다니고 있다”며 “아직 기술금융 관련 데이터와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겨우 걸음마하는 단계인데 마라톤을 하라고 요구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적을 올리려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업까지 지원하다 보면 부실이 생길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떠밀려서 하고 있는데 나중에 부실이 터지면 금융당국이 책임질 거냐”고 반문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금융위-금감원 '中企 금융정책' 충돌
입력 2014-11-17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