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외환·초저금리… 中·日 자본의 공습

입력 2014-11-17 02:08

중국과 일본계 금융자본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시에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권에 진입 중이다.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1위는 이미 일본계 기업이 차지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과 일본이 사들인 주식 비중은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78.4%에 달했다. 일본은 2조8000억원을 순매수해 미국(3조6000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중국도 2조원 넘게 사들였다. 중국은 채권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올해 중국은 1조3000억원을 순매수해 총 보유 채권은 13조8000억원에 이른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일 자본의 공세는 양국의 여러 조건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4000조원이 넘는 외환을 보유한 데다 정부가 해외투자확대 정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한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고,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도 개설해 투자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위안화 예금이 급속히 느는 등 국내 자금을 흡수하기도 해 위안화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본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아베노믹스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처를 찾다 한국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일본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역시 또 하나의 요인이다. 지난달 일본 공적연금은 고령화에 대비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수정, 해외자산 투자비중을 12%에서 25%로 대폭 확대했다.

M&A를 통한 진출도 활발하다. 부실저축은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본계 기업이 많이 들어왔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계열 4개사를 인수한 SBI저축은행 역시 일본계로 현재 저축은행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일저축은행(오릭스)과 친애저축은행(J트러스트) 역시 일본계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로 진출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저축은행으로 손을 뻗쳐 OK저축은행 문을 열었다. 러시앤캐시는 현재 대부업계 1위이며, 2위인 산와머니도 일본 자금으로 운영 중이다. J트러스트는 아주캐피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SC저축은행과 SC저축은행도 인수해 당국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만계 유안타증권은 최근 동양증권을 인수했고, LIG손해보험과 KDB생명보험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 푸싱그룹은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해 실사 작업 중이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양국 금융자본의 적극적 진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민금융에 일본계 기업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다”며 당국의 정책을 꼬집었다. 금융연구원 지만수 연구위원은 “중국 금융투자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중국 금융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등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