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펜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핵심 경쟁력이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S펜 개발자들은 시장 반응에 마음을 졸인다. 쓴다는 행위는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다. 스마트폰의 다른 부분처럼 스펙을 내세워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사용자는 만족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그만큼 어렵다.
10월 갤럭시 노트4가 나온 후 S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악필인 내가 이렇게 글씨를 예쁘게 쓸 수 있다니”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노트4 S펜 개발자들을 가장 감동시킨 대목이었다고 한다. S펜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인 게 필기감 개선이었다.
1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난 무선사업부 개발실 이주훈(43) 수석, 정혜순(39·여) 수석, 상품전략팀 안대일(37) 과장은 “미묘한 부분까지 신경 썼는데 사용자들이 그걸 알아주니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수석은 “누구나 펜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학창시절부터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마음에 들면 좋은 펜이고, 안 들면 나쁜 펜이다. 취향을 다 맞춘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필기감이라는 건 미묘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쓰면서도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필기감 개선은 굉장히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보태고 협업을 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S펜이 인식하는 언어는 65개다. 필기감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 해외지사에 부탁해 각 나라 언어를 쓸 때 필기감이 어떤지를 검사했다. 개발부서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지원부서 사람들도 필기감 개선 작업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노트4 S펜에는 만년필 모드가 처음으로 탑재됐는데 독일 법인의 도움을 받았다. 안 과장은 “독일은 어려서부터 만년필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실제로 썼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데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S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과장은 “펜 끝은 손가락과 구분되는 입력 도구다. 펜 끝은 정교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일을 할 때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남기는 데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교육 분야에서 전자교실이 활성화되는 등 S펜 같은 전자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누구나 전자펜 하나씩 가지고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펜의 외형도 해마다 변해왔다. 노트1 S펜은 가장 거부감이 없는 동그란 형태였다. 노트2 S펜은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을 좋게 하기 위해 비대칭 타원형으로 변경됐다. 노트3 때는 제품 두께가 얇아져 S펜도 덩달아 얇아졌다. 대신 폭을 키워 손에 쥘 때 편한 느낌을 줬고, 대칭형으로 만들어 어느 방향으로도 제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노트4 S펜은 노트3보다 두께가 좀 더 얇아졌다.
S펜을 개발한 이들은 스스로 S펜 마니아임을 자처한다. 실생활에서 S펜 활용도가 높다. 정 수석은 “책상에서 문자를 보낼 때도 S펜으로 쓴다. 손으로 쓰는 인식률이 좋기 때문에 터치로 입력하는 것과 차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수석과 안 과장도 “회의할 때 수첩 안 가지고 다닌 지 꽤 됐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내년에 나올 신제품은 지금보다 더 아날로그 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인터뷰] “악필인 글씨 예뻐졌다는 사용 후기에 그간 고생 사르르”
입력 2014-11-17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