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필인 글씨 예뻐졌다는 사용 후기에 그간 고생 사르르”

입력 2014-11-17 02:00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 S펜 개발자들. 왼쪽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안대일 과장, 무선사업부 개발실 정혜순 이주훈 수석. 삼성전자 제공
S펜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핵심 경쟁력이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S펜 개발자들은 시장 반응에 마음을 졸인다. 쓴다는 행위는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다. 스마트폰의 다른 부분처럼 스펙을 내세워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사용자는 만족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그만큼 어렵다.

10월 갤럭시 노트4가 나온 후 S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악필인 내가 이렇게 글씨를 예쁘게 쓸 수 있다니”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노트4 S펜 개발자들을 가장 감동시킨 대목이었다고 한다. S펜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인 게 필기감 개선이었다.

1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난 무선사업부 개발실 이주훈(43) 수석, 정혜순(39·여) 수석, 상품전략팀 안대일(37) 과장은 “미묘한 부분까지 신경 썼는데 사용자들이 그걸 알아주니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수석은 “누구나 펜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학창시절부터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마음에 들면 좋은 펜이고, 안 들면 나쁜 펜이다. 취향을 다 맞춘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필기감이라는 건 미묘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쓰면서도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필기감 개선은 굉장히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보태고 협업을 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S펜이 인식하는 언어는 65개다. 필기감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 해외지사에 부탁해 각 나라 언어를 쓸 때 필기감이 어떤지를 검사했다. 개발부서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지원부서 사람들도 필기감 개선 작업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노트4 S펜에는 만년필 모드가 처음으로 탑재됐는데 독일 법인의 도움을 받았다. 안 과장은 “독일은 어려서부터 만년필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실제로 썼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데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S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과장은 “펜 끝은 손가락과 구분되는 입력 도구다. 펜 끝은 정교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일을 할 때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남기는 데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교육 분야에서 전자교실이 활성화되는 등 S펜 같은 전자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누구나 전자펜 하나씩 가지고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펜의 외형도 해마다 변해왔다. 노트1 S펜은 가장 거부감이 없는 동그란 형태였다. 노트2 S펜은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을 좋게 하기 위해 비대칭 타원형으로 변경됐다. 노트3 때는 제품 두께가 얇아져 S펜도 덩달아 얇아졌다. 대신 폭을 키워 손에 쥘 때 편한 느낌을 줬고, 대칭형으로 만들어 어느 방향으로도 제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노트4 S펜은 노트3보다 두께가 좀 더 얇아졌다.

S펜을 개발한 이들은 스스로 S펜 마니아임을 자처한다. 실생활에서 S펜 활용도가 높다. 정 수석은 “책상에서 문자를 보낼 때도 S펜으로 쓴다. 손으로 쓰는 인식률이 좋기 때문에 터치로 입력하는 것과 차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수석과 안 과장도 “회의할 때 수첩 안 가지고 다닌 지 꽤 됐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내년에 나올 신제품은 지금보다 더 아날로그 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