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사의 하이라이트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가 16일 첫 회의를 열고 감액 심사에 착수했다. 올해부터는 예산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치지 못하면 다음 날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남은 기간은 2주인데 쟁점별로 여야 입장차는 뚜렷하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와 관련된 예산만큼은 지키겠다는 여당과 이를 깎으려는 야당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야당 “박근혜표 예산삭감” 여당 “법정시한 준수”=예산소위가 휴일에 회의를 여는 건 이례적이다. 심사기한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예산소위는 이번 주 안에 감액심사를 마무리하고, 남은 기간 증액심사를 진행한다는 시간표를 짰다.
감액심사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대적인 ‘칼질’이 예상된다. 칼끝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사업) 관련 예산 2조원과 창조경제 예산 500억원 등 총 5조원을 겨누고 있다. 이를 무상보육 및 무상급식 예산으로 돌린다는 구상이다. 새누리당은 “예산을 볼모로 한 국정 발목잡기”(김현숙 원내대변인)라고 반발하고 있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사업) 예산편성 주체 역시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새누리당은 시·도교육청 사업이기 때문에 국고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맞선다.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예산을 놓고도 입장이 갈린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는 데 따라 추가로 필요한 예산 규모가 쟁점이다. 정부안(9100억원)에 새누리당은 2000억원대 증액을, 새정치연합은 6500억원 증액을 내세우고 있다.
예산소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살리기, 안전, 서민·복지예산을 중점적으로 챙기겠다”며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까지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시한도 중요하지만 기한에 얽매여 졸속심사를 할 순 없다는 입장이어서 온도차가 있다. 여야 모두 “쪽지 예산은 없다”고 공언한 만큼 올해는 지켜질지 주목된다.
기획재정위 소속 조세소위원회도 17일 회의를 열고 예산부수법안 등 세법 심사를 이어간다. 새누리당은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인상에 ‘올인’하고 있다.
◇법안 처리 신경전도 가열=새누리당은 마음이 급하다. 내년 2월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고 설 연휴가 끼어 2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중요 법안들은 올해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새누리당 정책위는 최근 160여개의 법안을 선별해 각 상임위별로 배당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관련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등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를 ‘가짜 민생법안’으로 본다. 대신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과 관련한 법안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3만호를 추가 공급하고, 전세자금 금융지원을 2만건 확대하는 내용의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정책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박수현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정부 의지만 있다면 당장 실행 가능한 정책”이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휴일에 시작한 예산소위 쟁점은 ‘박근혜표 예산’… 지키려는 與 깎으려는 野
입력 2014-11-17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