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3세션을 잇따라 소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선진국 통화정책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저성장 구조를 탈출하기 위한 각국의 경제성장 노력이 필요하지만 선진국과 신흥국 간 유기적 성장을 위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 ‘엔저’ 비판, 부총리는 면전서 압박=박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주제로 한 2세션 정상발언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G20 차원의 정책 공조를 주문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박 대통령이 “자국 경쟁력만을 고려한 선진국의 경제,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정책적으로 엔저(低) 정책을 펴는 일본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엔저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를 겨냥한 우리 정부의 공세는 전날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있었다. 최 부총리는 회의에서 “환율정책이 특정 국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직접 일본을 겨냥했다. 사회를 보던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이 일본 측의 답변을 유도했으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특별한 답변 없이 준비해온 자료만 읽었다고 한다. 최 부총리는 “갑작스러운 질문이어서 아소 부총리가 별다른 언급을 안 했지만 한국 정부의 우려가 국제회의를 통해 공식 제기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개도국 동반성장 강조=박 대통령은 15∼16일 이틀간 진행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동반성장 노력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저녁 G20 정상 업무만찬에서 “한국의 스마트폰은 많은 국가들이 참여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합”이라며 “한국산이 아닌 세계산(made in the world)”이라고 말했다. 16일 열린 2·3세션에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공동보조 및 녹색기후기금(GCF) 재원 조성의 필요성도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설명했다.
◇8박9일 다자·양자외교 강행군 마감=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끝으로 8박9일간의 연쇄 다자 정상회의, 양자회담 등을 마무리했다. 이번 순방에서 박 대통령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깜짝 제안하면서 동북아 3각 협력 복원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중·일 및 한·일 등 양자 관계 악화로 지난 2012년 5월 이후 열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제안은 중·일 정상회담 등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는 동북아 외교 구도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양국 국장급 협의의 진전을 독려하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 평화통일 구상 등에 대한 각국 지지를 재확인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눈에 띄는 경제 성과는 한·중 및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다. 이는 한국의 FTA 네트워크를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은 세계 3대 경제권(중국)은 물론 오세아니아까지 사실상 전 대륙으로 확장한 효과를 내게 됐다. 청와대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FTA ‘경제영토’가 74.45%로 확장됐다고 밝혔다.
브리즈번=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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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선진-신흥국 유기적 성장 위한 정책공조 강조
입력 2014-11-17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