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정체성 약화… 신학교 동창회 위상 아닌가”

입력 2014-11-17 02:22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14일 서울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한복협 월례 발표회에서 ‘장로교단의 장·단점’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교단별 정체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습니다.”(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신경하 감독)

“교단 총회들은 법적 권위만 주장할 뿐 영적·도덕적 권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역할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김명혁 목사) 주최로 14일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11월 월례발표회에서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장·단점과 발전방향 등이 제시됐다. 목회 경력 30년 이상인 교계 지도자급 전·현직 목회자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장·감·성·침·순의 특징 및 장점=장로교를 주제로 발제한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는 “장로회 정치는 주권이 교인에게 있는 대의민주정치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성직자의 독재와 회중들의 무질서를 통한 타락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신경하 감독은 감리교에 대해 ‘개인 및 사회 구원의 균형’ ‘진보적 에큐메니즘(교회·일치연합)’ ‘토착적 신학’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목사는 “한국성결교회는 교계의 주류 교단은 아니지만 ‘온건한 복음주의’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국 교계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으며, 개교회 중심이면서도 교회 운영이 민주적이라는 점을 침례교의 특징으로 꼽았다.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목사는 기하성에 대해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성령운동’ ‘예배와 구역의 역동성’ ‘전인구원운동’으로 한국교회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교단 기능·위상·정체성 퇴색”=교단별 단점도 지적됐다. 장로교는 목회자의 권력화, 감리교는 공교회성 약화, 성결교는 대형교단에 대한 콤플렉스와 해외 네트워크 취약, 기하성은 전통과 신학의 부족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개선 방안으로는 “독선적 목회와 개교회주의를 탈피해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운영을 개선하고 다수 회원이 참여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사회적 역할과 교회연합운동에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등을 제시했다.

총평을 맡은 손봉호 교수는 “교단이 존재하는 목적 중 하나는 상호감시와 견제를 통해 목회자와 교회의 순결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지금 교단들은 법적 권위만 주장할 뿐 영적·도덕적 권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심한 개교회주의로 교단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교단의 존재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면서 “겨우 신학교 동창회 정도의 위상을 누리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복협의 12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는 다음 달 12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순환로 강변교회(허태성 목사)에서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을 주제로 열린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