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의 소득은 늘었는데 소비지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각종 사회보험이나 세금 부담이 늘고 가계 빚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해 여윳돈이 없기 때문이다. 소득·재산의 계층 간 양극화 현상도 심각해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우리 가계 살림살이의 실태다.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올 3∼4월 조사한 결과인데 지금의 현실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로 재확인된 게 가계부채다. 3월 말 현재 가구의 평균 부채는 5994만원으로 1년 전보다 2.3% 늘었다. 이 가운데 30세 미만과 60세 이상 가구주의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각각 11.2%, 4.1%)해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과 노후소득이 변변치 못한 노년층의 생활고를 짐작케 한다. 전체적으로 평균 소득이 4.4% 늘었지만 소비지출이 0.2% 증가에 그친 것도 공적연금·사회보험료, 세금 증가와 함께 대출 원리금 상환액(18.1%↑)이 크게 많아진 탓이다. 이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심해 빚을 갚는데 허덕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체 가구의 자산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59%를 보유한 반면 빈곤율은 6명 중 1명꼴인 16.4%를 기록, 양극화가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66세 이상인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이 52.8%에서 53.1%로 높아져 노후생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양극화 해소 및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계부채는 급증세다. 이는 가계금융·복지조사 당시에 반영이 안 된 부분이다. 그럼에도 경기 부양책에 집착하는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가계 빚이 늘어나면 경기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사설] 소득 늘어도 빚 상환으로 쓸 돈 없다는데
입력 2014-11-17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