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엄청난 돌파구를 기대하고 있었다. 국가 인정이나 평화협정 같은 빅딜을 제시하기를 원했는지 모르지만, 그걸 위해 거기 간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실망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이달 초 평양을 방문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북한과 협상이 순조롭지 않아 막판에 빈손 귀국을 감수했다고 털어놓았다.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그를 상대했으며 이들은 대화 제의 등 ‘선물 보따리’없이 클래퍼 국장이 왔다고 하자 실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클래퍼와의 인터뷰를 통해 클래퍼 일행의 방북 전 과정과 뒷얘기를 소개했다.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전격적으로 풀어준 북한이 미국 정부에 다른 두 억류자의 석방 문제를 논의할 각료급 대표단의 방북을 요청한 것은 이달 1∼2일쯤이었다. 북한은 미국에 ‘고위 특사’ 파견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 방문은 일종의 내 ‘버킷 리스트’(생전에 반드시 하고 싶은 일)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 급유지인 괌에서 비행기 고장 등으로 하루 반을 허비한 뒤 현지시간으로 7일 오후 7시 평양에 착륙했다.
공항에서 김원홍 부장이 클래퍼 일행을 맞았다. 차에 타자마자 클래퍼 국장과 김원홍 부장은 대화를 시작했다. 평양 시내 음식점에서 가진 저녁 식사의 주빈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식사 시간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 북한과 미국이 서로 ‘도발행위’로 여기는 사안 등을 놓고 토론했다. 식사가 끝나자 클래퍼는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김영철 총국장에게 건넸다.
다음날 낮 12시쯤 한 북한 관리가 클래퍼의 임무가 단지 두 명의 억류자를 데리러 온 것이기 때문에 그를 더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클래퍼 美 국가정보국장 “北, 평화협정 같은 빅딜 없자 실망… 나를 오바마 특사로 간주 안했다”
입력 2014-11-17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