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운 ‘물 수능’ 논란에다 출제 오류 가능성이 지난해에 이어 또 제기됐다. 두 문제가 정답이 다른 것이거나 두 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이의신청 가운데 가장 많은 글은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관한 것인데 고교 생물 교사나 해당 전공 교수들도 정답 오류, 불완전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영어 25번 문항은 도표를 잘못 풀이한 예시문을 고르는 것인데 이의신청자들은 두 개 예문이 틀렸기 때문에 정답이 두 개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지난해 출제 오류에 대한 지각 인정, 2015학년도 수능시험 과목 간 난이도 조절 실패 등으로 금이 갈 대로 간 평가원의 신뢰도는 이로써 더 추락할 조짐이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에 대해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ㄴ’이 포함된 4번을 정답으로 내놓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ㄴ’만 옳다고 한 2번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은 ‘젖당이 있을 때 야생형 대장균에서 RNA 종합효소는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는 ‘ㄱ’에 오류가 있다고 말한다. 교과서와 수능 교재에 RNA 종합효소가 조절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붙는다고 나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노정혜 교수는 KBS 9시 뉴스와의 통화에서 “ㄱ번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서 정답은 (ㄴ번만 있는) 2번”이라고 말했다.
영어 25번 문항의 경우 더 명백한 출제 오류로 지적된다. 정답으로 제시된 4번 예문 외에 5번 예문도 통계 용어를 잘못 사용해 2%와 20%의 격차를 18%포인트가 아닌 18%로 제시했기 때문에 정답으로 인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에서 20%로 늘었다면 건수가 10배, 혹은 비중이 18%포인트 증가했다고 해야 옳다. 5번 예문대로 2%에서 18% 증가하면 20%가 아닌 2.36%가 된다.
평가원은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자체 및 학회·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오는 24일 정답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문제에 결함이 인정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면 신속하게 복수정답을 인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그것이 2014학년도 수능시험때 빚어진 출제 오류의 피해자 양산과 뒷수습의 혼란을 막는 길이다. 근년 잦은 출제 오류가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하라는 청와대의 요구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를 계기로 출제·검토 인력을 쇄신해 문제의 질을 높여야 한다. 출제 교수와 교사들 간에 문제 검토에 대한 의견수렴이 안 되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사설] 수능 또 출제오류 논란 부른 평가원 쇄신해야
입력 2014-11-17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