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입학” 대입사기 당한 학부모, 4140만원 중 3670만원 돌려받아

입력 2014-11-17 02:40
재수생 딸을 둔 A씨(53·여)는 2012년 3월 B씨(42·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기부금 명목으로 1500만원을 주면 딸을 서울 유명 사립대에 100% 입학시켜주겠다는 거였다. B씨는 자신을 모 대학 국어국문과 교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A씨가 기부금 입학에 대해 의심하자 “다른 학부모들은 의심 안 한다”며 면박을 줬다. 기부금 입학은 군 입대나 유학으로 생긴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특별전형이라고 거짓 설명을 했다.

A씨는 대학 측에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고 B씨에게 1500만원을 보냈다. B씨는 다음 달 “다른 대학에도 기부금 전형이 있다”며 15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A씨는 이번에도 확인을 거치지 않고 돈을 보냈다. B씨는 기부금 전형과 별도로 논술과외를 받을 것도 요구했다. A씨는 2012년 3월부터 7개월 동안 B씨 측에 논술과외비로 모두 114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A씨 딸은 결국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A씨는 B씨를 고소했고, B씨는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B씨 측은 기부금 명목의 3000만원은 A씨에게 돌려줬다.

A씨는 이어 B씨 등을 상대로 “과외비 1140만원과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박재경 판사는 “A씨에게 모두 67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박 판사는 B씨가 과외비는 절반만 돌려줘도 된다고 봤다. 과외가 대입에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고, A씨도 기부금 전형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자료도 100만원만 인정됐다. 박 판사는 “공정 경쟁을 지향해야 할 입시에서 A씨가 불공정한 방법에 편승하려 했다”며 “보호돼야 할 신뢰의 가치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