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에겐 감동의 추억을, ‘2030세대’에게는 명작 관람의 기회를. 개봉된 지 15∼30년 지난 고전영화들이 11∼12월 극장가에 다시 걸린다. ‘테스’ ‘메멘토’(이상 20일 개봉) ‘퐁네프의 연인들’ ‘피아노’(12월 4일 개봉) 등 명화들이 재개봉 러시를 이루고 있다.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했던 작품을 디지털 포맷으로 바꾸는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제작돼 국내 들여왔다. 화질이 원작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18세 나스타샤 킨스키의 출현=‘테스’는 영국 작가 토마스 하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했다. 쇠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농촌 처녀 테스가 인습과 사회적인 편견에 의해 희생당하며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테스 역을 맡은 18세의 나스타샤 킨스키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가 됐다. 198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 칸영화제 클래식 섹션에 초청되며 마스터링으로 복원된 ‘테스’는 33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찾는다. 171분. 15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출세작=‘메멘토’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00년 작품이다. 그의 우주SF 블록버스터 영화 ‘인터스텔라’에 맞춰 재개봉된다. 놀란 감독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메멘토’는 아내가 죽은 충격으로 10분마다 기억을 잃는 단기기억상실증 환자 레너드(가이 피어스)의 얘기를 다뤘다. 레너드가 메모, 사진, 문신 등을 이용해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스릴 넘친다.
25일 만에 촬영된 ‘메멘토’는 미국 개봉 당시 11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그러나 독창적인 시나리오와 충격적인 결말로 세계 영화계를 사로잡았다. 112분. 15세가.
◇줄리엣 비노쉬의 풋풋한 이미지=레오 카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은 퐁네프 다리 위에서 처음 만난 연인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사랑을 담았다. 1992년 국내 개봉 당시 프랑스 영화 붐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퐁네프 다리에서 촬영하려던 계획이 무산돼 주변 건물과 함께 똑같은 세트장을 지어 촬영했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맞아 거리에서 펼쳐지는 축제를 배경으로 두 남녀가 권총을 난사하며 춤추고 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주연인 줄리엣 비노쉬의 풋풋한 이미지는 2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듯하다. 125분. 청소년관람불가.
◇홀리 헌터의 내면 연기 압권=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는 199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68개의 상을 수상한 걸작이다.
19세기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여섯 살 때부터 말을 잃고 피아노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온 에이다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남편의 친구 베인스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과 질투를 그렸다. 에이다 역을 맡아 여성의 내면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한 주인공 홀리 헌터의 연기가 압권이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우러진다. 121분. 청소년관람불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보세요”… 줄 잇는 ‘고전 영화’ 재개봉
입력 2014-11-17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