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대형 인재가 또 터졌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담양 펜션 화재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은 대한민국 안전불감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5일 밤 담양 모 펜션 야외 바비큐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다.
이 사고는 예고된 참사나 마찬가지다. 사고가 난 바비큐장 바닥은 나무, 벽면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고 천장과 지붕은 억새로 덮여 있었다.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 바비큐장을 이처럼 화재에 취약하기 그지없는 재료들로 지었으니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소방 당국은 삼겹살을 굽는 과정에서 튄 불티가 천장의 억새에 옮겨붙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펜션 측이 작은 불도 순식간에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곳에서 숯불 바비큐 파티를 하도록 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다름 아니다. 사고 당시 바비큐장에는 2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들은 모두 전남 나주 모 대학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재학생과 졸업생이다. 주말을 맞아 모처럼 마련한 단합대회가 한순간에 끔찍한 악몽으로 변했다.
이 사고는 숯불을 쓰는 시설에 걸맞게 불연재로 바비큐장을 짓고, 소화시설만 제대로 갖췄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였다. 설사 사고가 났다 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대지 1236㎡, 연건평 415㎡의 넓은 면적에, 더욱이 한 번에 수십명이 이용하는 다중 숙박시설에 소화시설이라고는 달랑 소화기 1대가 전부였다고 한다. 화재에 가장 취약한 바비큐장에는 어떤 소화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그나마 하나 있던 소화기마저 30여초 만에 작동을 멈춰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계 당국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펜션 내 비닐하우스 등은 건축 시 별도의 허가나 신고 절차가 필요 없으나 지붕과 일정 수 이상의 벽면을 갖춘 건축물의 경우 가설건축물 허가·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이 바비큐장은 건축물대장에 등재돼 있지 않다고 한다. 무허가란 얘기다. 무허가 건물이니 안전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불법 영업이 상당 기간 지속됐는데도 관할 관청인 담양군청은 사실을 몰랐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펜션의 실소유주가 현직 기초의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청이 불법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철저히 수사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오는 19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공포와 함께 국가와 국민의 안전관리를 총괄할 국민안전처가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국민과 행정 당국의 안전의식과 수준이 여전히 세월호 참사 이전에 머물러 있는 한 조직을 아무리 바꾼들 안전한 대한민국은 백년하청이다. 언제까지 후진국형 인재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국민안전처 출범을 나라 구석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는 모든 불안전 요소를 도려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언제나 고쳐질까
입력 2014-11-1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