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상황 따라 변화무쌍… ‘슈틸리케 스타일’

입력 2014-11-17 02:47
이란과의 평가전을 위해 테헤란에 도착한 한국축구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6일(한국시간) 숙소인 에스테그랄 호텔에서 60세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슈틸리케 감독을 위해 저녁 식사 시간에 ‘깜짝’ 환갑잔치를 열고 한국어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흐뭇한 표정을 지은 슈틸리케 감독은 “여러분이 나에게 준 고마운 선물은 요르단전 승리였다”면서 ‘60’ 모양으로 꽂힌 촛불을 힘차게 불어서 껐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얼핏 보면 근엄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표정이 무척 다양하다. 유머, 위트, 냉정, 열정, 분노 등이 수시로 얼굴에 드러난다. 그가 구사하는 전술도 마찬가지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 색다른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박주영(알 샤밥)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김민우(사간 도스)-한교원(전북), 공격형 미드필더에 남태희(레퀴야)-조영철(카타르 SC)을 배치한 4-1-4-1 전술을 꺼내 들었다. ‘중원 사령관’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뺐다. 주축 선수들을 빠졌지만 공격수를 5명이나 넣어 앞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한 포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약체인 오만,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이런 식의 선발 라인업을 꾸려 다득점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전에서 공격적인 전술을 시험한 한국은 전반 34분 차두리(서울)의 도움을 받은 한교원의 헤딩 결승골로 1대 0 승리를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 강호 이란과의 평가전(18일 오후 9시 55분·아자디 스타디움)에선 최정예 선발 라인업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과 이청용, 구자철(또는 남태희)을 공격 2선에 배치하고 기성용과 한국영(혹은 장현수)에게 중원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아시아컵 조별리그 호주전을 대비한 모의고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개최국인 호주와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 결과에 따라 조 순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슈틸리케호’는 16일 오전 1시 30분쯤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이란에 입국했다.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 전적에서 9승7무11패로 뒤져 있다. 특히 ‘원정팀의 무덤’인 아자디 스타디움에서는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5경기에서 2무 3패에 그쳤다. 주장 구자철은 “이란은 아시안컵에서 만날 수 있는 강팀 중 하나”라며 “평가전이지만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각오다”며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