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단장 김선 집사 ] “기독교 정신인 사랑, 오페라에 담아 용기·위로 주고 싶어요”

입력 2014-11-17 03:53 수정 2014-11-17 09:54
김선국제오페라단 김선 단장이 오는 21∼23일 진행되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앞두고 지난 12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김선국제오페라단 김선(55·주나산성교회 집사) 단장에게 이번 추수감사절은 뜻깊다. 기독교 정신인 ‘사랑’의 의미를 담은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오는 21∼23일 서울 서초구 효령로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 익숙한 청소년들, 특히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을 격려하고픈 ‘엄마 마음’에서 이 작품을 기획했다. 그리고 남편이 옆에서 함께해준다.

김 단장보다 두 살 아래인 남편 카를로 팔레스키(53)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다. 아직 아내가 만난 하나님을 믿지는 않지만, 김 단장은 확신한다. 남편과 함께 문화사역을 펼칠 거라는 것을…. 오페라를 통해 문화선교의 비전을 이루고 싶다는 김 단장을 지난 12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김 단장은 1982년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유학간 후 성악가로 활동했다. 남편은 그 시절 만났다. 김 단장은 성악가로, 팔레스키는 지휘자로서 공연을 준비하다가 사랑에 빠졌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이탈리아에 정착했다. 그러나 타국에서의 삶은 그에게 녹록지 않았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평생 해왔던 성악도 포기했다. 결혼생활 초반 서로 느끼는 상대방의 이질적인 문화 역시 극복해야 할 관문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부모 중 한 명은 가정에 충실해야겠더라고요. 딸 둘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성악을 포기했습니다.”

집에 있는 그에게 오페라 무대라든지 성악가 캐스팅 문제를 두고 문의하는 이들이 생겼다. 남편도 아내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한두 번씩 그런 자문을 하다 보니 성악이 아닌 공연기획이라는 다른 길이 열렸다. 김 단장은 “성악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공연기획의 이해도가 남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 어머니의 소천을 계기로 그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유학 후 매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의 시간이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3년 전부터는 아예 한국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어머니를 떠나보낼 줄이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감정이 참 복잡했어요. 마음의 치유가 필요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달 정도 교회를 나갔는데, 그것이 제 믿음생활에 불을 지폈습니다. 하나님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지요.”

김 단장은 어렸을 때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솔리스트로 봉사했다. 하지만 유학 시점부터 그는 교회를 등한시했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유럽인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느꼈던 끈끈한 영적 공동체를 느낄 수 없었다. 외국어로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것은 늘 어딘가 부족했고, 급기야 영적인 갈급함에 시달렸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허전했던 마음도 치유받았다. 하나님과 가까워졌고, 어디를 가든 하나님을 전하는 사람으로 변화됐다. 무엇보다 이런 믿음생활은 그를 한국에 눌러 앉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단장은 2012년 8월 김선국제오페라단을 창립했다. 이탈리아에 홀로 남아있던 남편도 아내를 따라 올 초 한국에 정착했다.

남편은 가족 관계를 떠나 김 단장이 음악적으로 가장 의지하고 신뢰하는 사람이다. 팔레스키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로 한국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남편은 기독교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때를 구하며 남편의 구원을 위해 매일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김 단장의 꿈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오페라 전용극장을 설립하는 거다. 이를 위해 남편과 함께 한국의 오페라가 세계무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김 단장은 "하나님이 음악에 대한 달란트를 주셨는데 오페라단을 통해서 남편과 함께 문화사역을 하는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좋아하는 성경인물인 요셉과 에스더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