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오감을 삼키다… 집에서 ‘스페셜티’ 만드는 법

입력 2014-11-17 02:34

“앞으로 한국 커피 시장은 스페셜티 커피가 주도할 것입니다.”

최근 방한한 미국 커피 로스터 전문가 토니 드레이퍼스는 이렇게 장담했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메트로폴리스’ 창업자인 그는 지난 7월 30일과 31일에 ‘스페셜티 커핑 세미나’를 열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스페셜티란 재배에서 수확, 결점두의 종류와 개수, 생두의 신선도, 수분율, 커핑시의 향미 등을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를 가리킨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상위 7% 이내의 커피만이 스페셜티에 들어간다. 귀하신 몸인 만큼 가격은 착하지 않다. 하지만 이름 그대로 특별한 맛에 반한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지난 3월 ‘리저브커피’라는 이름으로 스페셜티를 선보인 스타벅스에선 10월말 현재 그 판매량이 20% 이상 늘었다. 아티제도 10월부터 신규 스페셜티 블렌드 ‘2014 아티제 블렌드 에스메랄다’를 출시하고 모든 커피 메뉴를 스페셜티 원두로만 구성한 뒤 커피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스페셜티 단독매장 런칭도 잇따르고 있다. SPC그룹은 스페셜티 전문점 ‘커피앳웍스’를 서울 강남역(7월)과 광화문(9월)에 열었다. 엔젤리너스커피는 18일 광화문에 스페셜티 매장을 오픈한다.

바리스타들은 “스페셜티를 즐기는 정도라면 직접 내려서 깊은 맛을 음미해보시라”고 권한다. 직접 내려 마시면 비용도 경제적이다.

원두커피를 한번도 내려본 적이 없는 완전 초보라면 몇 가지 도구를 준비해야 한다. 원두와 커피도구 전문점 ‘어반 팟’ 김원휘 대표는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와 거를 수 있는 드리퍼 정도만 갖춰도 된다”고 말했다. 볶은 원두를 가는 도구로는 전동식과 수동식(2만∼5만원)이 있다. 드리퍼는 꽤 여러가지다. 김 대표는 “완전 초보라면 물을 아무렇게나 부어도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클래버’(2만∼3만원)나 ‘케멕스’(6만∼10만원), ‘소프트 브루’(8만∼13만원)를 권한다”고 했다. 클래버는 드리퍼만 있지만 케넥스는 서버(받침 컵)도 있다. 소프트 브루는 스테인리스 메탈 필터가 들어 있어 종이 필터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된다. 김 대표는 ‘칼리타’나 ‘하리오’도 많이 쓰는 드리퍼지만 물을 내리는 드립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원두를 고르는 것. 초보라면 평소 즐기던 스페셜티의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원두를 구입할 때는 볶은 날짜를 꼭 확인해야 한다. 커피유통 전문 브랜드 ‘어라운지’ 바리스타 백상욱씨는 “원두를 볶은 다음 14일 이내가 상태가 좋으므로, 그 안에 먹을 만큼 소량만 구매하고 마실 때마다 갈아서 내리라”고 강조했다. 보관은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이 좋지만 냉장고에 넣는 것은 금물.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면 습기가 생겨 산패가 더 빨리 진행된다.

커피의 98%가 물이므로 물도 잘 선택해야 한다. 백씨는 “정수기 물이나 생수를 사용하고, 커피의 볶은 정도에 따라 물의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하게 볶은 커피는 높은 온도의 물로 추출하면 쓴맛과 탄 맛이 더 강해지므로 90도 정도가 알맞다. 약하게 볶은 커피는 물의 온도가 높아야 맛과 향을 잘 추출할 수 있으므로 96도의 물을 사용한다.

백씨는 “추출할 양을 미리 설정하고 그에 맞춰 원두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되 추출시간이 3분30초를 넘지 않도록 하라”고 일러 준다. 커피 한 잔은 물 200㎖에 원두 10∼15g이 알맞다. 추출시간이 길어지면 쓴맛과 텁텁한 맛이 강해지고, 지나치게 짧으면 농도가 연해 물맛이 많이 난다. 물을 부을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백씨는 “칼리타 등을 사용할 때는 주둥이가 가늘고 긴 전용 주전자를 이용해 원두가 젖을 만큼만 천천히 물을 부어서 가스를 빼낸 뒤 두세 번 정도 나눠서 물을 부으라”고 말했다. 물의 양은 원두가 푹 잠길 정도면 된다.

커피도 아는 만큼 맛을 즐길 수 있다. 커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커피 전문 전시회에 한번 들려 보자. ㈜엑스포럼 주최로 20∼23일 서울 삼성역 코엑스에서 ‘2014 서울카페쇼’가 개최된다. 22∼23일은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다. 관람료는 1만3500원이다.

무료강좌들도 있다. 어라운지는 매월 2회 전문 바리스타에게 핸드드립 커피 추출법을 배울 수 있는 ‘핸드드립 세미나’를 진행한다. 신청은 어라운지 쇼핑몰 홈페이지(www.arounz.co.kr)에서 하면 된다. 카페베네도 에어로스팅을 통해 커피맛 감별법을 알려 주는 무료강좌를 하고 있다. 매달 카페베네 공식홈페이지(www.caffebene.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