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도 끝났다. 그리고 구구절절 온갖 말들이 나온다. 그런데 내년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 우울하게 만든다. 나의 시대에도 이해 안 됐고 지금 시대에도 이해 안 되는 것은 왜 시험을 하루에 몰아쳐서 봐야 하는가이다. 그날 컨디션이 안 좋을 수 있는데, 그날 시험문제들과 궁합이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일 년 이상 쌓은 내공을 어떻게 하루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시험장 시험이란 요령이 있게 마련인데, 그렇게 시험장 시험에만 대비하다 보면 언제 진짜 실력이 쌓이겠는가? 그야말로 비정상이다. 그런데도 이런 비정상을 왜 당연시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시험장 시험이 판치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첫째, ‘정답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둘째, 등수 매기려는 ‘서열문화’ 때문이다. 셋째, 점수로 객관화해야만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불공정 사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 분위기는 진정한 공부를 방해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작금의 창조적 변화 사회의 특성에는 절대 맞지 않는다. 정답만 생각해서는 답이 안 나오고, 서열만 찾다가는 창조적 재목 다 놓치고, 다양한 재능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쌓여야 새로운 창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건강하게 살아 숨쉬는 ‘공부 생태계’가 가능하려면 정답주의, 서열문화, 불공정 사회를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수능시험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공부 생태계를 만들기에 너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한 증좌에 불과하다. 앞으로 계속 이런 획일적이고 효과 불분명한 시험에 온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단 말인가?
건강한 공부 생태계를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 이 시대의 절실한 화두 중 하나다. 학교 공부가 전부가 아닌, 평생에 걸쳐 공부의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공통의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각기의 지혜와 재능을 교류하는, 탁월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공부 에너지를 분출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는,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전체의 합을 더욱 키워내는 공부 생태계. 우리라고 선순환 공부 생태계를 못 만들 리 없다.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우리의 공부생태계
입력 2014-11-1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