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재찬] 간증의 열매

입력 2014-11-17 02:20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 간증(干證)의 사전적 의미다. 기독교에서 신앙 간증은 중요한 전도 도구다. 누군가가 신앙을 갖게 된 동기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어떤 원리나 이론보다도 공감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간증은 복음을 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연결 고리가 되기에 많은 교회들이 새 신자를 초청하는 봄·가을 전도행사 때마다 ‘신앙 간증’ 코너를 단골 프로그램으로 끼워 넣는다.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같은 유명 인사들을 초청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최경주 이영표 장미란 차인표 신애라 등은 좀처럼 ‘모시기 힘든’ 간증 인사들이다.

간증의 유형은 백인백색이다. 저마다 다양한 형태의 생사화복과 흥망성쇠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신앙의 능력을 각자 방식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최근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서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한 교회에서 교인 수십 명이 골판지 앞·뒷면에 복음을 받아들이기 전의 삶(앞면)과 변화된 후의 삶(뒷면)을 적어 간증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간증이 언제나 유익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한때 부부 간증으로 주목받았던 개그맨 출신의 A씨는 아내를 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땅굴 간증’ 등 간증 형식을 띤 강연이나 집회가 논란을 빚고 있다. 한 여성 전도사가 주장하는 ‘한반도 12월 전쟁설’이 대표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의 ‘남침 땅굴설’과 맞물리면서 확산되고 있다. 남북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자꾸 관심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교계 내부에서도 이들 간증에 대해 공포와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베드로전서 3장15절) 온유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전하는 간증이라면 결코 공포심과 불안감의 열매를 맺지는 않을 것이다.

박재찬 차장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