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 배터리 모자라 멈춰설 판

입력 2014-11-15 04:24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한 탐사로봇 필라이가 태양광 충전을 하기 힘든 위치에 있어 수명이 예상보다 짧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 3월까지 67P를 탐사할 예정이었던 필라이가 당장 15일 이후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14일(현지시간) “탐사로봇 필라이가 67P의 표면을 파고들어가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필라이가 표면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배터리 상황이 걱정되는 것은 필라이가 당초 목표했던 것과 달리 그늘진 지점에 서 있어 태양광 충전이 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라이는 분화구의 가장자리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SA 스테판 울라멕 박사는 “필라이가 샘플을 성공적으로 채취하고 그것들을 보내올 수 있을지는 오늘 저녁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착륙 후 2.5일을 버틸 수 있는 분량의 배터리를 충전해서 떠난 필라이는 이후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조 조건이 양호하고 먼지들이 태양광 패널을 가리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하지만 필라이는 현재 67P가 매 12시간 자전할 때마다 1.5시간 분량의 태양광만을 충전하고 있으며, 이런 상태로는 1차 배터리가 소진된 후 얼마 안 돼 기능을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BBC는 “과학자들은 필라이의 태양광 패널에 빛이 닿으려면 어떻게 위치를 다시 잡아야 할지 고민 중이지만, 다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엔 사실상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배터리가 몇 시간 이내에 닳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