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핵·인권 압박 탈출 北, 러시아와 ‘다목적 유대’ 모색

입력 2014-11-15 03:3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자신의 특사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에 파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제재 공조’에 이어 인권 문제까지 터지자 러시아와의 ‘다목적’ 유대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 비서는 최근 들어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하는 최고위 인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지금의 ‘김정은 시대’를 창출한 인물이자, 실질적인 2인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김 제1비서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는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바로 김 제1비서와 푸틴 대통령 사이의 북·러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관련 보도가 나간 직후 언론보도문을 공식 발표했다. 만약 최룡해가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 관계는 밀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김정은 시대 이전에도 북·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또 2000년 7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과 공동선언을 내놨다. 당시 중국은 북한이 러시아와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자 김 위원장을 초청해 북·러 밀착을 경계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은 “러시아와 충분히 가까워지면 중국도 지금까지의 원북(遠北) 기조를 벗어나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동참하는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 전략인 셈이다.

김 제1비서는 집권 이후 한번도 외국 최고지도자와 공식적으로 정상회담을 한 적이 없다. 작년 10월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도 정상회담에 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유엔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최 비서를 보내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