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 서울 송파구청

입력 2014-11-17 02:55
서울 송파구청 독서 동아리 ‘책여행’ 회원들이 지난 12일 구청 지하 1층 북카페에서 책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회원들은 “구청이 독서문화를 장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어 직원들 사이에 책 읽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책 읽는 송파, 환경행정팀 ○○○입니다.”

서울 송파구청 어느 부서에 전화를 걸더라도 직원들의 첫마디는 ‘책 읽는 송파’로 시작된다. 송파구의 핵심 정책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주민이 약 67만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송파구는 3년여 전부터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책 읽는 송파’ 사업은 “책이 주는 값진 경험과 지식은 한계가 없다”는 박춘희(61) 구청장의 의지에 따라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송파구청 청사에는 책을 접할 수 있는 시설이 곳곳에 있다. 지하 1층에는 직원이나 주민들이 언제라도 들러 편안하게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서가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 7000여권이 꽂혀 있다. 대부분 발행된 지 1∼3년 안팎의 비교적 신간들이다.

2층 민원실에는 800여권의 책을 비치해 두고 개방형으로 운영하는 ‘공유(共有)책방’이 있다. 자유롭게 꺼내 볼 수 있고 도서관리대장에 기록한 후 자신의 책을 다른 책으로 교환해 갈 수도 있다.

송파구는 이런 인프라 외에 다양한 독서 장려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직원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지난해 2월 도입한 ‘향·나·도’(향기 나는 나의 도서를 소개합니다)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을 2분가량의 영상에 담아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일에는 주택관리과 박한나 주무관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행나무)을 소개하는 등 최근까지 42명의 직원들이 출연했다. 영상은 송파구청인터넷방송인 송파N ‘책 읽는 송파’ 코너에 올려지는데 조회수가 많은 것은 2000회가 넘을 정도로 인기다. 매월 두 차례 열리는 팀장급 이상 전체 간부회의에서도 회의 시작 전 ‘향·나·도’ 영상을 함께 보며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1부서 1책 읽기’ 사업은 부서별 특성에 맞게 진행하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이다. 회의 전에 간단하게 서평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 부서도 있고, 미니 책장에 도서대여 대장을 비치해 한줄 서평 쓰기를 하는 곳도 있다. 카카오스토리에 독후감을 올려 책 읽기 경쟁을 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부서도 있다.

독서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책여행’이란 동아리가 2009년 9월 결성돼 매월 두 차례 북카페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독서토론을 한다. 회원은 24명인데 모임에는 10여명이 참석한다. 지난 5일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은 소감을 나눴다. 회원들은 독서포럼, 북콘서트, 낭독회 등 독서 관련 행사도 자주 찾아다니고 있다.

동아리 회장인 정철권(56) 환경행정팀장은 “매년 20∼30권의 책을 정해 각자 읽고 정기모임에서 독서평을 나누고 있다”며 “책은 힘들고 어려울 때 큰 힘과 위안이 되고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지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독서문화가 주민들에게로 확산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인근에 도서관이 없고 독서 수요가 높은 지역에 기존 새마을문고를 발전시킨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방이2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개 동의 새마을문고를 작은 도서관으로 새 단장해 문을 열었다. 버스정류장과 석촌호수공원, 동 주민센터, 놀이터 등에도 무인책장과 미니문고를 설치했다.

구청 직원이나 주민, 지역 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읽은 자기 책을 가져오면 책값의 일부를 돌려주는 ‘북셰어링’ 행사도 구청 북카페에서 간간이 열고 있다.

행사 당일 기준으로 발행된 지 18개월 이내 책을 가져오면 정가에 따라 3000∼1만원을 돌려준다. 권수는 1인당 최대 3권으로 제한된다. 이렇게 수집한 책은 구청 북카페에 비치하거나 새마을문고나 작은 도서관, 도서 바자회 등에 지원된다. 송파구는 도서기증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매월 11일을 ‘책 기증의 날’로 정하고 동 주민센터나 16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로부터 책을 기증받아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약 8000권을 모았다. 지난 9월에는 전국 가족독후감 발표대회를, 지난달에는 독서문화 축제인 ‘지호락(知好樂)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다음 달에는 구청 로비에서 휴(休)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홍정희(50) 송파구 교육협력과장은 “주민들이 책 읽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책 읽는 송파’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며 “독서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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