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과 ‘이민개혁’ 일전불사

입력 2014-11-15 02:1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중 불법 체류자의 강제 추방을 막을 수 있는 이민 관련 행정명령 발동을 고려 중인 가운데 지난 7일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500만명 가까운 불법 체류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지만 의회 내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약 5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강제로 추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민개혁 관련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발동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미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백악관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하면 “다른 현안이 위험해질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미 정국이 연말에 극한 대치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와 이르면 내주 불법 체류자 500만명의 추방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미국 시민권 또는 합법적 체류 권한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정 기간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취업허가증을 발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구제 대상자의 자격 및 불법체류 기간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아울러 행정명령에는 고숙련 기술을 가진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민정책연구소(MPI) 통계를 인용해 구제대상 불법체류 기간을 최소 5년으로 잡으면 330만명이 혜택을 보고 이를 10년으로 좀 더 까다롭게 하면 250만명이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상을 어릴 적 미국에 불법 입국한 이민자와 그들의 부모 등으로 확대하면 적어도 100만명 이상이 추가돼 추방유예 대상자가 최대 500만명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이민개혁 관련 첫 행정명령을 통해 16세 이전에 미국에 불법 입국해 최소 5년 이상 거주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고교를 졸업한 30세 이하의 외국인에 대해 추방을 유예한다고 발표해 176만명을 구제한 바 있다. 따라서 117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 가운데 상당수가 두 건의 행정명령을 통해 쫓겨날 두려움 없이 미국에서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 우리는 불장난을 하다 화상을 입을 수 있음을 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법원에 오바마 대통령을 ‘행정명령 남용’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공화당 지도부가 이민개혁 행정명령 발동에도 확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