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 A군(18)은 수능 가채점 결과 예상보다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이내 고민에 빠졌다. 수시를 포기하고 목표를 높여 정시를 노리려 했는데 유례없는 ‘쉬운 수능’으로 자기 점수에 불안감이 든 것이다. 입시업체에 문의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년 같으면 가능한데…”였다. 고민 끝에 안전을 택했다. 수능 다음 날인 14일 미리 등록해 놓은 서울 대치동 논술학원으로 향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다음 날 대치동 학원가는 논술을 준비하려는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이날 열린 논술시험 강좌는 금방 수험생들로 채워졌다. 한 유명 학원은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이 30명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쉬운 수능 때문에 높은 점수가 예상되는 학생들도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이곳을 찾는다는 점이다.
건대부고 3학년 이모(18)양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구술수업을 듣고 학원을 나섰다. 이양은 “수능시험 5일 전에 수시 1차 결과가 나왔다”며 “오늘과 내일 이틀은 구술수업을 듣고 일요일 구술면접을 보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학원 접수는 수능 전에 미리 해 놨다. 그는 “수능 가채점 후 정시 지원을 고민하다 수시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한 논술·구술학원에선 이날 하루 동안 26개 논술강좌가 열렸다. 한 강좌당 평균 30명씩 수강을 신청했다. 강의 등록을 하지 못해 여러 학원을 전전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어머니와 함께 학원을 찾은 박모(19)군은 강의를 들으려 알아보다 시간이 맞지 않자 다른 학원을 찾아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박군은 “수능 가채점을 해보니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무조건 수시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일 바로 논술시험을 쳐야 해서 오후에 수업 들을 학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 이모(19)씨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논술학원을 찾아 대구에서 올라왔다. 손에는 조그만 여행가방이 들려 있었다. 추운 날씨에 이른 아침부터 학원을 찾아다녀서인지 코와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여러 곳을 다니다 오늘 강의가 열리는 곳을 찾아 부랴부랴 등록했다. 오후부터 수업을 듣는다”며 “이번 주와 다음 주 모두 논술시험이 있는데 이번엔 꼭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영어와 수학이 쉽게 출제돼 점수를 잘 받은 학생들도 수시냐 정시냐 갈림길에서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수시에 올인하는 학생뿐 아니라 고득점 학생도 논술학원에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르포-2015 대입 수능] 쉬운 수능 탓에 ‘수시 논술’ 올인 수험생들 북적
입력 2014-11-15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