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다 키워놓은 우리나라 노년층에게 남아 있는 것은 빚과 상대적 빈곤감이었다. 인생을 시작하는 30세 미만 청년층과 은퇴한 60세 이상 가구주의 빚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갈수록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는 보통사람들의 아우성이 ‘숫자’로 입증됐다.
◇빚에 치이고=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이 14일 내놓은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5994만원이었다. 1년 전보다 소폭(2.3%) 늘었지만 연령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 사회의 허리층인 40·50대의 부채는 소폭 줄었지만 취업으로 고민하는 30대 전후와 60세 이상 노년층은 빚을 늘려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30세 미만 부채는 1401만원에서 1558만원으로 11.2%나 늘었다.
부채 중 매달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부채 비중은 68.3%나 됐다. 100만원의 빚이 있다면 이 중 68만3000원에 대해 매달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빚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가구도 늘었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가 71.8%로 1년 전보다 1.6% 포인트 늘었다. 6.9%는 아예 ‘상환 불가능’이라고 답변했다.
가구주 나이가 66세 이상인 은퇴연령층은 빚 증가와 함께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 가구의 빈곤율은 53.1%였다.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쉽게 말해 은퇴연령층 두 집 중 한 집은 소득이 평균 이하인 상대적 빈곤층이라는 말이다. 특히 취업자가 없는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은 75.9%까지 치솟았다.
◇쓸 돈은 없고=지난해 가구당 평균소득은 4676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4% 증가했다. 그러나 소비지출은 2307만원으로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세금, 국민연금 등 비(非)소비지출은 1.9% 늘었다.
이는 가뜩이나 빚 부담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머니에 직접 들어오지 않고 나가는 ‘무늬만 소득’ 격인 비소비지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소비지출 중 세금(206만원) 증가율이 7.1%로 가장 높았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사회 보험료가 5.7%로 뒤를 이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고착화되고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년 전 814만원에서 825만원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1억825만원으로 3.9% 늘었다. 이에 따라 연간 소득이 1억원 이상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8.1%로 전년보다 0.8% 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연간 소득이 1000만원 미안인 가구는 12.8%로 0.1% 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체 자산 면에서도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7억5599만원으로 1분위 가구(1억722만원)보다 7배 많았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사회 초년병 30세 미만·은퇴 60세 이상 공통점은… ‘빚’ 갚기는커녕 늘어만 간다
입력 2014-11-15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