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치사율 때문에 에볼라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막연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최악의 경우 연내에 에볼라가 국내에 상륙할 수도 있다고 본다. 라이베리아의 한 의사가 에볼라 감염 초기 환자들에게 에이즈 치료제인 라미부딘을 투여해 효과를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문의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자국민이 에볼라에 감염됐던 미국의 대처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에볼라 최대 피해국인 라이베리아는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전격 해제했다. 하지만 진정 국면이라고 보기엔 이르다. 아직도 매일 50여건 신규 감염사례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가 4개국에서 지난 3월 이후 1만4098명이 감염됐고 5160명이 사망했다.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 3일 간격으로 에볼라 현황, 정부 정책, 민간 대처법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올바른 방호복 착용법을 비롯해 보건의료 인력과 항공기 승무원이 갖춰야 할 장비 등 분야별로 수백 가지 정보가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 첫 에볼라 환자 토머스 에릭 던컨이 발병 9일 만에 숨진 이후 가정용 방호복과 진단키트 등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에볼라 개인 보호구’는 순식간에 온라인 인기 검색어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1만∼10만원에 구할 수 있는 방호복은 물론 입과 코를 완전히 가려주는 마스크와 가정용 체온계도 인기다. 에볼라를 다룬 책도 수십 가지가 출판됐다.
우리 정부도 미국 매뉴얼을 받아들이고 대응팀을 꾸리는 등 꾸준히 준비해 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에볼라 확산 현황 등 관련 자료가 올라온다. 다만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쉽게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대처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에볼라출혈열 예방대책’에는 발병국 방문을 자제하고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 외에 별다른 대처법이 없다.
장 기유맹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안보연구프로그램 박사는 “에볼라 문제는 공공기관에서 민간으로 내려가는 접근 체계가 필수”라며 “과학에 대한 신뢰와 잘 훈련된 인력, 중앙집중화된 정부의 리더십은 에볼라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기획] 美, 에볼라 민간 대처법 상세히 공개… 한국 ‘손 자주 씻어라’뿐
입력 2014-11-15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