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산증인, 김운용(사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쓴 회고록 성격의 ‘김운용이 만난 거인들’(중앙북스)이 출간됐다. 1931년생인 김 부위원장은 군인, 국회의원, 대한체육회장, IOC 위원 등으로 살아오면서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을 곁에서 지켜봤고, 1950년대 이후 세계무대에 등장한 주요한 지도자들과 두루 교류했다. 88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유치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깊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책은 글로벌 리더, IOC의 거물, 한국 대통령, 한국의 거물 등 4장으로 구성됐으며, 총 26명의 거인들에 대한 일화와 평가를 들려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다. 김 부위원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관련, “부정선거는 이 박사가 주도한 게 아니라 이기붕 등 자유당 사람들이 한 것”이라며 “(고령에 건강이 안 좋았던) 이 박사가 죽으면 민주당 출신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는 위기의식이 자유당 고위층에 만연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을 ‘스포츠 국력을 최대치로 키운 대통령’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 않고 아주 신중한 사람” “속에 없는 소리는 안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국제대회와 그 뒤에 숨은 재벌 회장들의 얘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 때문이라고 들었다”면서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삼성을 총동원한 이 회장의 노력이 결정타였다”고 전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88서울올림픽 유치단의 ‘물주’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체육계에 있어서는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또 한 명의 훌륭한 체육회장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남중 njkim@kmib.co.kr
김운용 ‘거인들’ 출간… 역대 대통령·재벌 회장 평가
입력 2014-11-15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