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 비리 면죄부에 ‘거센 폭풍’

입력 2014-11-15 02:28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최를 둘러싼 비리 의혹을 조사한 마이클 가르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 수석조사관(왼쪽)과 2010년 12월 카타르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 국민일보DB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최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내렸다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조사 책임자인 마이클 가르시아 FIFA 윤리위원회 수석조사관은 물론 국제 축구계가 반발하고 나섰으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발표와 상관없이 FIFA 고위 관계자들의 비리 여부를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이클 가르시아 수석조사관은 14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전날 FIFA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대해 “부정확하고 사실관계가 잘못된 정보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FIFA는 전날 러시아 월드컵과 카타르 월드컵 유치 과정의 비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을 다시 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조사도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FIFA가 공개한 비리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총책임자인 가르시아는 “FIFA 항소위원회에 정식 이의제기를 하겠다”며 이번 발표를 전면 부정했다.

가르시아는 지난 2년간 관련 인물 75명에 대한 심문조사, 20만 건에 달하는 문건 조사 끝에 4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FIFA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보고서 발표를 계속 미루다가 42페이지의 요약본만을 공개했다. FIFA가 개최지를 바꿀 정도라고 주장했지만 이 요약본에서조차도 카타르, 일본 등이 2010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보이고 있다. 카타르는 남미와 아프리카 축구계 고위 인사들에게 여러 차례 돈을 제공했으며 일본은 FIFA 집행위원 등 고위 임원들과 그들의 부인들에게 카메라, 명품 가방 등의 고가품을 선물했다. 한국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지구촌 축구 발전을 위한 7억7700만 달러(약8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집행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게 문제로 지적됐다.

FIFA에 대한 여론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그렉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IFA 보고서 발표의 모든 과정이 코미디였지만 어디서 웃어야 할지 그 포인트를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FBI는 FIFA 지도부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본부 소속 FBI 요원들이 지난 3년 간 진행한 FIFA 비리 수사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며 FBI는 가르시아의 조사 결과를 이 수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