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인공 간’ 이용, 급성 간부전증 환자 치료 성공… 간이식 원하는 환자 ‘골든타임’ 연장 쾌거

입력 2014-11-17 02:56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석구·권준혁·김종만 교수팀이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직전까지 바이오 인공 간 치료를 받은 급성 간부전증 환자 차모씨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이 바이오기업 라이프리버(주)와 공동 개발한 인공 간 시술 모식도.
삼성서울병원이 최근 간 기능 보조 시스템인 ‘바이오 인공 간’을 이용, 급성 간부전증 환자를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이석구·권준혁·김종만 교수팀이 지난달 13일 B형간염에 의한 급성 간부전증으로 4등급 간성뇌증(혼수상태)에 빠진 차모(54)씨에게 바이오 인공 간 치료를 시도해 뇌사자 간이식을 받기까지 골든타임을 연장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바이오 인공간은 돼지의 간세포를 통해 환자의 혈액에 쌓인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응고인자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간부전증으로 위독한 환자의 간 기능을 개선해주는 장치를 말한다.(모식도 참조)

말기 신부전증 환자들이 인공신장기를 이용, 신장이식을 받기 전까지 요독증으로 핏속에 축적된 독성물질을 주기적으로 걸러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 시술이 국내에서 성공하기는 처음이다.

차씨는 11시간에 걸쳐 바이오 인공 간 시술을 받은 뒤 상태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지난달 16일 뇌사자가 기증한 간을 김종만 교수의 집도로 이식했다. 이후 차씨는 건강을 빠르게 회복, 20여일만인 지난 5일 퇴원했다.

김 교수팀의 바이오 인공 간 치료 성공은 생명이 경각에 달린 급성 간부전증 환자를 살리는 골든타임을 효과적으로 확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급성 간부전증은 간 질환 병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갑자기 간 기능 손상이 빠르게 진행돼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체내에서 생성된 암모니아가 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뇌로 운반돼 환자를 혼수상태에 빠트리는 간성뇌증이 동반된다. 간성뇌증이 함께 나타난 급성 간부전증 환자의 생존율은 10∼25%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이를 뒤엎는 해결책은 간 이식뿐이다.

그러나 뇌사자 기증 장기가 부족한 국내 여건상 생명이 경각에 달한 간부전증 환자가 필요할 때 빨리 응급 간이식을 받기란 아주 어렵다. 설혹 운 좋게 간이식을 받더라도 수술 전 대기기간이 길어지면 병든 간이 해독하지 못한 독성물질이 그만큼 더 쌓여 뇌손상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바이오 인공 간을 이용하면 급성 간부전증 환자의 이 같은 난관이 쉽게 해결된다. 뇌사자 기증 간이 나타날 때까지 치료에 필요한 시간(골든타임)을 벌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 생명을 얻은 차씨 역시 바이오 인공 간 시술 후 간부전증의 합병증으로 발생한 간성뇌증의 중증도가 급속히 개선됐으며, 체내에 독성물질을 늘리는 암모니아 혈중농도도 빠르게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급성 간부전증 환자의 간 기능이 스스로 회복될 때까지 바이오 인공간이 간 기능 전부를 대신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며 “기증 장기가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기약 없이 간이식을 기다려야 하는 급성 간부전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바이오 인공 간 시술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지금까지 바이오 회사 라이프리버㈜와 공동으로 진행해 온 바이오 인공 간 상업화를 위한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바이오 인공 간에 대한 임상시험 연구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환자 중 급성 간부전증에 의한 2등급 이상 간성뇌증이 동반된 경우 참여할 수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