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은 노인병이다? NO!… 젊은층도 백내장 주의보

입력 2014-11-17 02:55
최근 부쩍 눈이 침침해 누네안과병원을 찾은 한 중년 직장인이 오현섭 원장으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백내장이 오면 수정체가 혼탁해져 눈이 자주 침침해지고 시력도 저하된다.누네안과병원 제공
직장인 박모(35)씨는 최근 모니터를 볼 때 눈이 부쩍 침침한 듯 느껴져 동네 안과를 찾았다. 단순히 눈이 피로한 탓이라 여겼던 박씨는 뜻밖에도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노인성 안질환으로 알고 있던 백내장이 30대 중반인 자신에게 나타났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

노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백내장이 최근 30, 40대 중년층에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누네안과병원은 2009년 126명에 불과하던 30, 40대 백내장 수술 환자가 2013년 266명까지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5년 새 2.1배나 증가한 것이다.

노년기 시력저하 3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백내장 발병연령이 이렇게 계속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또 어떻게 해야 젊은 나이에 백내장이 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젊어지는 백내장, 원인은?=노화로 수정체가 탁해지면서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노인성 안질환인 백내장이 중년층까지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레포츠 활동인구 증가와 함께 장시간 무방비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는 자외선으로부터 망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너무 강한 자외선이 들어오면 막지 못하고 되레 손상돼 백내장에 걸리기 쉽다. 특히 여름철 해수욕장과 겨울철 스키장의 자외선은 물과 눈에 반사돼 장시간 노출되면 문제가 된다. 외상에 의한 눈 부상도 중년층 백내장을 부르는 주요 원인이다. 바로 외상성 백내장이다.

누네안과병원 백내장센터 오현섭 원장은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이 역시 백내장 발병을 촉진하는 원인이 된다. 스마트폰, 컴퓨터, TV와 같이 모니터를 사용하는 볼거리가 증가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백내장을 부추긴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젊어진 백내장 환자, 적절한 수술 시기는?=백내장은 수술을 통해서만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초기부터 무작정 수술로 치료할 필요는 없다. 초기엔 약물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다가 시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거나 수정체 혼탁도 심해져 약물로는 더 이상 교정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후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대신 넣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을 찍는 카메라의 렌즈를 바꿔 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먼 곳과 가까운 곳 모두 초점을 맞춰 자연스럽게 수정체 조절 능력이 생기고, 덤으로 노안까지 교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난시도 교정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난시와 노안, 백내장을 한꺼번에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인공수정체도 나와 많이 시술되고 있다.

◇눈이 침침하게 느껴지면 검사 받아봐야=직장인이라면 연령에 관계없이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눈이 뻑뻑하거나 침침하다고 느껴져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불편이 일시적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다면 30, 40대 중년층이라도 안과를 찾아가 눈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백내장은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노인성 안질환이다 보니 사실 노안과의 구분이 쉽지 않다. 눈앞의 사물이 침침하고 뿌옇게 보이는 것은 노안 증상이자 백내장 증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눈이 침침하다고 여겨질 때 방치해선 절대 안 되는 이유다.

오 원장은 “눈의 피로나 안구건조와 같은 눈의 작은 이상 신호가 자주 반복될 때는 눈에 노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므로 가볍게 여기지 말고 가까운 안과를 찾아가 적절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