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케이블카는 인구 14만명에 불과한 통영의 관광산업을 살리는 젖줄이 됐다. 통영 케이블카는 통영관광개발공사가 해발 461m의 미륵산에 설치했다. 2008년 4월 개장 이후 지난달 3일까지 누적 탑승객 800만명을 돌파했다. 단기간에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으며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1975m 길이로, 하루 평균 4056명이 이용했다. 2012년 개장 4년 만에 탑승객 500만명을 돌파해 ‘한국관광 기네스’에 뽑히기도 했다. 통영 케이블카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는 연간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케이블카의 성공 요인은 한려수도 중심에 위치하면서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와 거가대교 개통, 사계절 온화한 기후, 570개의 보석 같은 섬, KTX 마산 경유로 접근성이 용이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방문 고객들의 입소문, 통영시와 공사의 노력 등도 성공 이유로 꼽힌다.
통영 케이블카의 성공은 전국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설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이전부터 케이블카는 몇몇 지역의 숙원사업이었지만 통영이란 성공 모델이 나오자 지자체들의 조바심이 더욱 커졌다.
현재 국내에는 20여개의 케이블카가 있다. 여기에 지리산권을 비롯해 강원도 설악산 오색, 충북 속리산, 울산 신불산 등 10여곳에서 케이블카 설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희망하는 곳에 케이블카가 모두 설치된다면 웬만한 산과 해상에는 모두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경쟁이 가장 뜨거운 곳은 지리산권이다.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 3개 도 4개 시·군이 케이블카를 자기 지역에 설치하겠다고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와 속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울산시·울주군의 신불산 케이블카 계획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사업도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부산 서구가 추진 중인 ‘송도 해상케이블카 복원 사업’은 1988년 철거된 시설을 복원하는 것이다. 전남 여수시는 지난 7월 해상케이블카를 완공하고 개장을 준비 중이다. 경남 사천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도 2.4㎞에 이르는 케이블카 공사를 내년쯤 시작할 예정이다.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성공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2012년 9월 운행을 시작한 경남 밀양 가지산 케이블카는 상부승강장 높이를 불법으로 높이고 작업로를 만든다며 산림을 훼손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두 달 만에 운행을 멈췄다. 지난해 5월 재개장했지만 첫해 하루 평균 2000명이 넘던 이용객이 올해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최고 인기인 내장산 케이블카는 가을철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뚝 떨어져 2명만 태우고 운행할 때도 있었다. 3월과 6월엔 운행을 거의 하지 않는다.
경제성이 불확실한데도 무분별하게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실익 없이 자연환경과 문화재만 훼손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설악산의 경우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적 이익은 고사하고 환경파괴만 불러오는 난개발로 전락할 수 있어 진지한 토론과 치밀한 사업성 검토를 충분히 거친 뒤에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
[주말 기획] ‘묻지마’ 케이블카
입력 2014-11-15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