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31) 믿는 사람들의 통용-탄자니아 음타에

입력 2014-11-15 02:49
탄자니아 음타에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

음타에(Mtae), 탄자니아의 경제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버스로만 1박2일이 걸려 산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완벽한 침묵이 매혹적인 마을이다. 21세기 최첨단 시대에도 여전히 문명에 찌들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의 온기가 있는 곳이다. 하루 차 한 대가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다. 아침이면 안개가 온 마을을 덮어 기기묘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서 새소리에 귀를 쫑긋 세울 수 있다.

음타에에는 100년 전 독일 루터교 선교사들이 들어와 세운 교회가 하나 있다. 이슬람교 세력이 강한 해안지방과 달리 산악지역엔 오래전부터 포교활동을 해 온 덕에 기독교가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돼 있다. 루터 교회에서는 일요일마다 예배가 드려진다. 평소에는 조용한 마을인데도 일요일이면 어디서 모였는지 수백명의 신자가 교회를 가득 메운다. 누군가가 이 마을에 있는 루터 교회의 존재를 내게 속삭이지 않았다면 나는 이곳으로 발걸음을 떼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루터 교회에서 운영하는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이 되자 동네 음식점을 찾았다. 식사 후 포만감에 젖어들어 행복해하며 고요한 밤길을 걸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땐 미련하게 가방을 놓고 왔음을 깨달았다. 가방엔 여권, 지갑, 노트북, 외장하드 등 중요한 물건이 모두 들어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부리나케 음식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내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함나 시다(Hamna Shida·문제 없어요)! 당신이 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지요. 우리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아요. 당신의 여행은 모두 잘될 겁니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다 잘될 거예요)!”

주인 남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가방을 건네받았다. 물건은 잃어버린 것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남자는 자신의 배려를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며 서툰 영어로 말한다. “우리 마을은 모두 좋은 사람들만 있어요. 꼭 그렇게 기억해 주고, 다음에 다시 찾아와 주세요.”

당연하게도 이번 여정의 목적이 있었다. 예배 참석이다. 루터 교회 예배의 특징은 나눔에 있다. 가난한 마을이라 모든 신자가 돈으로 헌금을 낼 수는 없다. 어떤 이는 닭이나 달걀을, 어떤 이는 바나나나 다른 과일을, 어떤 이는 곡물을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헌물로 드린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리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공동체은행으로도 유명한 공동체이다. 이들이나 아미쉬 공동체처럼 사도 바울이 설파한 믿는 자들의 통용이 이만큼이나 잘되어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이것을 교회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예배가 끝나면 모든 신도가 교회 뜰로 모인다. 이때부터 사회자가 진행을 하며 소위 경매를 한다. 한 신도가 헌물한 것을 필요한 다른 신도가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신도 간에 나눔이 된다. 이득을 보려는 것이 아닌 나눔의 가치를 두고 있기에 모두에게서 행복이 터져 나온다.

나도 경매로 바나나 한 손을 구입한다. 더 구입하고 싶지만 식량이 필요한 다른 주민들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내가 경매에 참여하자 유례없이 박수가 터지며 다들 자신들의 공동체에 참여해 준 걸 기뻐해 준다. 우리 돈 200원으로 받는 정말 큰 환대다. 고맙기 그지없다. 모든 경매가 끝나자 관악기로 축하곡이 울려 퍼지고 한바탕 질펀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거친 뒤에야 다음 주 예배를 기약한다.

음타에는 여행자가 단기로 머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는 아니지만 한 달 정도 책을 쌓아놓고 기도하며 머물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다. 분명 아프리카에서 가장 마음 놓고 쉼을 허할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나님께서 이 작고 작은 마을에도 역사하심을 찬양하며 감사할 따름이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