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내 프로골프] 男투어 압도한 女투어 KLPGA ‘김효주 천하’ 열었다

입력 2014-11-17 02:48
국내 남녀 프로골프 투어가 16일 여자프로골프(KLPGA)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여자부는 김효주(19·롯데)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면서 전성기를 누린 반면 남자부는 스타부재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19세 동갑내기인 김효주와 백규정(CJ오쇼핑)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 내년부터 LPGA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와 기량을 겨루게 됐다.

남녀 투어의 극심한 대비

올해 한국프로골프 투어는 ‘여고남저(女高男低)’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 한 해였다. 올해 치러진 남자프로골프(KPGA) 투어의 총 대회 수는 14개. KLPGA(27개)의 절반 수준이다. 시즌 총상금도 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억원 급감했다. 반면 KLPGA 투어는 총 상금액(155억원)이 지난해보다 24억원 늘었고, 대회수도 4개 늘었다. 3년째 제자리인 KPGA 대회수와 비교된다. 투어가 활성화된 국가 중 여자투어가 남자투어를 앞선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PGA투어의 경우 44개 대회에 시즌 총상금이 3억230만 달러로, LPGA투어 33개 대회의 5885만 달러보다 상금액이 5배 많다.

총상금 규모가 작다보니 남녀 투어 상위권 선수들의 수입도 차이가 많다. KPGA 상금왕인 김승혁(28)은 5억8914만원이다. 12억원이 넘는 KLPGA 상금왕 김효주(12억897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KPGA 선수 가운데 1억원 이상 상금을 받은 선수는 23명인데 비해 여자는 45명이나 된다.

이 때문에 남자선수들의 경우 웬만해서는 투어 수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여의치 않다. 과거 최경주, 양용은의 성공사례를 보고 골프에 입문하는 소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주저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내년 시즌 KPGA의 첫 번째 과제는 대회수 늘리기다. 박호윤 KPGA 사업국장은 “내년에는 프레지던츠컵(10월8일)이 인천에서 열리기 때문에 남자 골프에 대한 관심이 분명 커질 것”이라며 “해외의 스타선수들을 적극 유치해 흥행과 대회수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KPGA 투어 대회인 신한동해오픈 마지막 날에는 1만5000여명의 갤러리가 몰려 남자투어의 흥행 가능성을 엿보였다.



김효주의, 김효주에 의한, 김효주를 위한 KLPGA

올해 KLPGA 투어를 지배한 선수는 단연 김효주다. 한국여자투어는 19세 소녀의 당찬 드라이버 샷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상금왕 장하나(22·비씨카드)도, 장타왕 김세영(21·미래에셋)도 김효주 앞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김효주는 올해 투어 5승으로 12억원이 넘는 상금을 수확했다. 종전 KLPGA 투어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2008년 신지애·7억6518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국내 투어에서 남녀 통틀어 10억원을 돌파한 선수도 김효주가 처음이다. 또 4차례 출전한 LPGA투어에서 거둔 67만9025 달러(7억1793만원)를 합하면 순수 상금수익만 20억원에 가깝다. 그 외 우승시 소속팀에서 받는 70%의 인센티브와 소속사의 계약금을 합하면 순수입만 30억원이 넘는다.

우승의 순도도 남다르다. 5승 중 3승이 메이저대회(한국여자오픈·하이트진로 챔피언십·KB금융 스타 챔피언십)다. KLPGA 투어에서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거둔 것은 2008년 신지애 이후 6년 만이다. 지난 9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하면 올해에만 한국과 미국 투어에서 메이저 4승을 수확했다. ‘메이저 퀸’으로 손색이 없다.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기록한 61타는 LPGA 메이저 사상 최소타 기록(종전 62타)이다.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다퉜던 호주의 카리 웹은 “저 선수가 19살 맞냐”고 물어보면서 김효주의 교과서 같은 샷과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활약으로 김효주는 올해 KLPGA 상금왕과 다승왕, 대상, 최저타수상 등 신인왕을 제외한 4관왕을 휩쓸며 ‘김효주 천하’를 열어 제쳤다.

한편 16일 끝난 KLPGA 투어 최종전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은 전인지(20·하이트진로)가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허윤경(24·SBI저축은행)에 1타차로 역전 우승, 시즌 3승째를 거뒀다. 19세 동갑내기끼리 다툰 신인왕 경쟁은 결국 백규정(CJ오쇼핑)의 승리로 끝났다. 신인왕 포인트 1위를 달리던 백규정은 합계 이븐파(공동 23위)로 경기를 마쳐 3오버파(공동 39위)를 친 고진영(넵스) 김민선(CJ오쇼핑)을 따돌렸다.



중고 스타의 재발견

스타 기근 속에 KPGA 투어는 김승혁이라는 듬직한 스타를 발굴했다. 김승혁은 상금왕(5억8914만원)과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발렌타인 대상을 모두 차지했다. 한 선수가 주요 타이틀인 두 부문을 모두 휩쓴 것은 2009년 배상문(28·캘러웨이) 이후 5년 만이다. 배상문의 친구이기도 한 김승혁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5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9년에는 해병대에 입대해 클럽을 놓았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10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카이 클래식을 제패했다. 이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 우승컵까지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신한동해 오픈에서는 공동 4위에 올라 대상 부문 선두를 달리던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마저 앞질렀다.

허인회(27·JDX멀티스포츠)의 분발도 흥미롭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평균 291.55야드로 드라이버 비거리 14위에 그쳤던 허인회는 올 들어 평균 296.79야드를 치면서 한일투어 최장타자로 떠올랐다. 비거리를 앞세워 허인회는 일본투어 도신 토너먼트에서 합계 28언더파로 우승하며 일본프로골프 최저타 우승기록(종전 26언더파)을 세우기도 했다. KPGA 투어는 김우현(23·바이네르)이라는 유망주도 발굴했다. 김우현은 올 시즌 2승을 올리며 스타 기근으로 신음하던 국내 투어에 희망을 던져줬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