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죽음… 자연 재해… 계시와 예언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입력 2014-11-15 02:49
최근 교계는 12월 전쟁설 예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성경은 예언하는 사람은 덕을 끼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하라고 주문한다. 사진은 지난 7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정확한 날짜 없이 촬영해 보도한 제851군부대 산하 여성 방사포 부대의 포사격 훈련 장면. 연합뉴스
방송 리포터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4, 3, 2, 1 자, 과연 휴거가 됐을까요.” TV 카메라는 캄캄한 밤하늘을 비췄다. 한 명이라도 공중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1992년 10월 28일.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예수님이 재림해 성도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던 날이었다. 휴거는 불발이었다. 예언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22년 전 강타했던 예언 바람이 또 다시 한국교회에 불고 있다. 이번엔 전쟁이다. 발단은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신이 전도사라고 밝힌 홍모씨로부터 나왔다. 홍씨는 지난 9월 6일 ‘한국 전쟁 메시지 1’을 유튜브에 올리고 “성령훼방죄로 하나님이 화가 나셨고 목자들에 대해서도 화가 많이 나셔서 전쟁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하셨다”며 “(전쟁은) 곧 일어나는데, 일어난다면 12월”이라고 말했다.

이후 홍씨는 ‘전쟁 메시지’를 9월에 3차례, 10월엔 6차례를 올렸고 지난 6일 또 한 차례 예언을 업로드하며 총 10개의 메시지를 전했다. 예언의 내용은 구체적이다. ‘전쟁 기간은 적어도 5개월 이상이다. OO로와 청와대가 첫 번째 타깃’(4회), ‘폭파될 건물이 계획돼 있다. 큰 병원, 백화점, 국회의사당’(6회), ‘아이들이 있는 부모는 반드시 12월 전에 해외로 피신하라’(8회) ‘생화학전이 될 것’(9회) 등이다. 홍씨의 예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남침 땅굴’ 설과 맞물리면서 확대 재생산됐다. 급기야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전쟁설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전쟁설에 부정적… 회개 촉구는 수용해야

교계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서울 큰나무교회 박명룡 목사는 “예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일반화시키는 것은 잘못된 신앙으로 가게 한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전쟁 예언이) 특정 시간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한부종말론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는 “예언 전달 방식을 보니 명백한 직통계시”라며 “한국교회의 많은 교단이 직통계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박성 유튜브 영상도 올라왔다. ID ‘Theheavench’가 올린 영상에서는 “하나님 말씀이라면 교회의 연합을 가져와야 하는데 도리어 분열되고 있다. 하나님보다 북한이 더 전능한 존재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씨의 예언이 교회와 크리스천의 회개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배격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일산의 최모 목사는 “믿음을 잃은 크리스천과 교회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점에서는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쟁 예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7월, 케냐 출신 데이비드 오워 박사가 한국을 방문해 “교회의 죄가 너무 커서 수개월 내에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미사일이 한국의 발전소를 공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에서 목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모 목사도 전쟁을 예언했다. 그는 올 3월까지 하나님께 받은 계시라며 “주님은 한국전쟁이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이유로 3가지를 계시했다. 첫째는 북한 2500만 동포 구원을 위해, 둘째는 한국전쟁이 성경에 기록돼 있기 때문(마 24:7∼8), 셋째는 남북한 각각 징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묘하게도 홍씨와 오워 박사, 서 목사에게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모두 한국에 살지 않는 미국 거주자 또는 외국인이라는 점이고 세 명 모두 높은 학위의 소유자들이다. 홍씨는 미국 UCLA(언어학)와 풀러신학대학원을, 서 목사는 이화여대 의대와 서울의대(생리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워 박사는 이스라엘과 독일을 거쳐 분자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알려진다. 홍씨와 서 목사는 둘 다 여성으로서 천국과 지옥을 봤다는 경험도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는 ‘캐리스매틱’(은사주의) 계열에서 예언들이 쏟아졌다. 베니 힌 목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1989년 12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90년대에 죽을 것이며, 미국 동성애자들이 95년에 불로 심판을 받을 것이며 2000년이 되기 전에 큰 지진이 일어나 동부 연안을 황폐케 만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모두 빗나갔다.

전쟁 예언이 확산되는 이유에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무한 공유가 한 몫을 했다. 지난 9월 김정은 제1비서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상당수 기독교인 ‘카톡방’에는 각종 설이 난무했고 그중엔 전쟁 예언 동영상도 많이 공유됐다.

전쟁 예언 당사자들이 고학력이라는 점도 크리스천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데 일조했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지식인이 예언을 했다는 점에서 더 신뢰를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씨의 경우 미국 풀러신학교가 지난달 27일, “홍씨가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위 과정을 마치지는 못했으므로 졸업생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천국과 지옥을 봤다는 홍씨의 간증과 직통계시를 근거로 하는 예언사역은 풀러신학교의 신학적 입장과 어긋난다”고 해명했다.



예언은 말씀으로 분별할 수 있어야

예언은 성경 역사 전체를 통해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과 교통하시기 위해 사용하던 가장 일반적 수단이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예언자를 통해 말씀을 선포하심으로써 특정한 상황 속에서 왕과 백성이 행해야 할 바를 가르쳤다. 장차 이룰 일에 대해서도 예언했으며 하나님은 백성과 인격적 관계를 맺으시는 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신약의 경우 예언은 성령의 은사 중 하나(고전 12:10)로 예언하는 사람은 덕을 끼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한다(고전 14:3). 사도바울은 예언이 교회를 세우는 데 효과적이었기에 예언을 높이 평가했다(고전 14:1∼5). 현재 한국교회 예장 합동을 비롯한 합신, 고신 등 주요 교단에서는 성령의 은사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은사중지론’을 견지한다.

한세대 차준희(구약학) 교수는 최근 예언들이 당사자의 개인적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예레미야 23장 16절을 인용, “해당 본문에는 ‘자기 마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전문 용어로 ‘자기유도적 영감(auto inspiration)’으로 부른다”며 “전쟁 예언은 이 같은 자기유도적 영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교회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전쟁을 하나님의 뜻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며 “주로 중보기도 사역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로회신학대 김철홍(신약학) 교수는 “누군가 말했다는 예언을 막을 방법은 없다. 결국은 교회 공동체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예언) 내용을 분별하지도 못한 채 무조건 받아들이고 유포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존 맥아더 미국 그레이스커뮤니티 교회 목사는 ‘존 맥아더의 다른 불’(생명의말씀사)에서 “은사운동은 성경에 대한 관심과 헌신을 독려하는 대신 성경 외적인 계시에 전례 없는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며 “이는 ‘오직 성경으로’라는 종교개혁의 원리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아더 목사는 요한일서 4장 2∼8절을 근거로 영적 분별을 위한 성경적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성령의 사역이 그리스도를 높이는가. 둘째 세속주의를 반대하는가. 셋째 사람들을 성경으로 이끄는가. 넷째 진리를 앞세우는가. 다섯째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독려하는가 등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