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쌍용차 정리해고 정당” 판결

입력 2014-11-14 05:16 수정 2014-11-14 09:37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오른쪽)과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13일 대법원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병주 기자

대법원이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해고 노동자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끊어졌다. 올해 초 승소 판결을 받아들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이들은 복직 투쟁 2002일째인 13일 대법원 청사 앞에서 절망의 눈물을 쏟아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쌍용차 해고자 노모(41)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의 근거가 됐던 2008년 회계감사보고서의 손실이 부풀려졌다는 해고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래 경영 상황에는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회사의 예상 매출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뤄졌다 해도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차 출시 여부가 불확실하고 기존 차종의 경쟁력은 약화된 상태를 감안한 보고서여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대법원은 쌍용차에 긴박한 경영위기 상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쌍용차는 1999∼2005년 경영악화로 인한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벌였다. 그동안 제대로 된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매출도 계속 감소하고 있었다. 여기에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자 쌍용차는 자력으로 경영위기를 헤쳐 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인력감축 규모도 적정하다고 봤다.

대법원 판결은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항소심 판결과는 정반대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2부는 정리해고의 근거가 됐던 회계감사보고서에서 손실이 과장됐고, 사측은 해고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었다. 1심 판결에 실망했던 노동자들에게 복직의 희망이 보였던 순간이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2호 법정에서 묵묵히 선고를 듣던 노동자들은 법정 밖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14년간 평택공장 조립1팀에서 근무했던 김남오(41)씨는 “고교 3학년 아들에게 승소 소식을 선물로 가져가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다리던 가족들은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벼랑 끝에서 죽음과 아픔을 보며 걸어온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다시 대못을 박았다”면서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 측은 “인수·합병(M&A) 이전에 발생한 소모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돼 환영한다”며 “앞으로 경영 여건이 호전되는 상황에 맞춰 희망퇴직자 복귀 등 고용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9년 4월 전체 인력의 37%인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는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하는 등 파업에 나섰지만, 같은 해 8월 165명이 최종 정리해고됐다. 해고된 노동자 중 153명은 이듬해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법정 투쟁 중에 노동자와 가족 25명이 자살이나 질병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