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아세안 외교] 한·중·일 관계개선 지렛대로 외교 고립 탈피

입력 2014-11-14 05:29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미얀마국제회의센터(MICC)에서 열린 제17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제17차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하면서 향후 3국 간 협력이 원만히 재개될지 주목된다. 최근 우리 정부의 외교적 고립 우려 속에 나온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핵심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중·일 3각 협력 주도적 복원 시도=박 대통령의 3국 정상회담 제안은 자신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역설해 왔던 이른바 ‘동북아 패러독스’ 현상을 극복하자는 구상의 연장선상이다. 역내 경제협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외교적 갈등은 증폭되는 상황을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3국 정상회담 개최 시기 등을 못 박지 않았다. 그러나 3국 정상회담은 과거사·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던 역내 외교안보 구도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다. 한·중·일 3국은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 이후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상호 협력에 차질을 빚어왔다. 우리 정부는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3국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중국이 일본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3국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인 3국 외교장관회의 역시 2012년 4월 이후 2년7개월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 제안대로 한·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3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한 의제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연내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여부는 향후 협의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일 관계 개선에 청신호?=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예상 밖의 대화를 나눈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일 정상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되도록 상호 노력하자는 취지로 대화했었다.

다만 한·일 관계 개선은 한·중·일 3국 협력과는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양자 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부각된 위안부 등 역사인식 문제와 경제 분야에 치중된 3국 협력과는 서로 연관성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 정부 소식통은 “현 시점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위안부 문제 해결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테러 등 공동대응 촉구=박 대통령은 앞서 열린 제9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선 에볼라와 ‘이슬람국가(IS)’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인류의 적인 테러리즘에 맞서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며 “IS의 폭력적 극단주의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조우했다. 다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와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나란히 앉았다.

네피도(미얀마)=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