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입 수능] 영어, 역대 가장 쉬워… 만점자 쏟아져 나올 듯

입력 2014-11-14 05:25
한 수험생이 13일 오전 시험장인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앞에서 후배들의 응원에 화답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이병주 기자
시험장 입실 시간에 쫓긴 수험생이 다급하게 헌병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있다. 이병주 기자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과만 놓고 보면 2000년대 이후 최악의 ‘물수능’이었다. 수학 B형의 경우 만점자부터 수능 1등급 구분점수(등급컷)에 턱걸이한 수험생들까지 점수 차이가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의대와 서울대 최상위권 학과를 지원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정시 모집에서 극심한 눈치작전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비해 문과는 국어 B형이 어려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위권 수험생들 간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어와 수학이 쉽고 국어가 어려워 재수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교시 국어가 예상외로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도 심리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국어만 어려워지면 영어와 수학에 강점을 나타내는 강남권이나 특목고 학생들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 재수생이 많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국어=수능 전 난이도를 가늠해보는 9월 모의평가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던 수험생들은 당혹스러웠을 수 있다. 9월 모의평가가 지나치게 쉬워 ‘냉온탕’을 오간 것으로 보인다. 국어 B형은 2012년 이후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 문과생이 응시하는 B형의 만점자 비율이 0.1%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추정치도 나왔다(하늘교육). A형의 경우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웠거나 비슷하다는 견해가 많다. 이과생들로서는 영어와 수학보다 그나마 국어에서 변별력이 있었다. 그러나 상위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모두 변별력이 상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형은 문법에서 음운론(音韻論) 문항의 음운 축약과 반모음 첨가를 변별하는 문제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문학에서는 조선후기 설화(서석가탑)와 현진건의 기행문을 묶어 문항을 구성해 난도를 높였다. B형은 고전 문법에서 나온 2개 문항이 어려웠다. 고전시가와 현대수필을 묶어 출제한 문항도 수험생들이 애를 먹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채호의 역사관을 소재로 한 역사 지문, 타원 궤도의 특징에 대해 묻는 과학 지문이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A/B 공통으로 비(非)문학 지문 중에 ‘칸트의 취미 판단 이론’을 소재로 한 예술 지문, EBS에 나오지 않은 현진건의 무영탑 등이 상위권 변별력을 위한 문제로 보인다.

◇수학=올해 물수능의 진원지로 A/B형 모두 쉬웠다. 수학 A형은 매년 출제되던 ‘프렉탈 무한등비급수’와 증명을 요구하는 빈칸 추론 문제 등 두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다. 대신 행렬의 기본적인 연립방정식에 함수를 추가한 13번 문항과 정적분의 기본 개념에 주기함수 개념을 덧붙인 20번 문항 등이 신유형으로 출제됐다.

양평고 조만기 교사는 “A형의 경우 다양한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풀기 힘든 21번과 함수의 값을 하나하나 대입하는 30번 문항이 가장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B형 분석을 담당한 한영고 유제숙 교사는 “수열의 규칙성을 찾아서 일반항을 구하는 21번 문제는 주어진 조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서 까다로웠다”며 “초월함수의 절댓값을 알아야 풀 수 있는 30번 문항도 고난이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제 당국의 예상과 달리 30번 문제를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영어는 이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쉬운 거냐가 관심사일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만점자 비율이 4%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2년에 만점자가 2.67% 나와 물수능 논란이 일었는데 올해는 그 2배에 육박하는 만점자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어의 EBS 연계율은 75.6%로 다른 영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 체감 난도가 더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추론하는 문항이 지난해 7개에서 올해 4개로 줄었다. 빈칸 추론문제는 학생들이 어려워했던 문제로 상위권 변별력을 위해 출제되곤 했다. 또한 네 문항 모두 EBS와 연계됐고 선택지가 분명해 수험생들이 쉽게 풀었을 것으로 보인다. EBS 연계율이 높은 것은 지난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높인 결과로 추측된다. 지난해 수능 영어 B형의 경우 만점자가 0.39%에 그쳤다.

◇탐구=사회탐구는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 과학탐구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수준이었다. 지난해 만점자가 8.94%에 달할 정도로 쉽게 출제된 한국사는 더 어려워져 1등급 커트라인이 45∼47점 사이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탐구에서 어려웠던 과목은 사회문화였고, 한국지리·세계사·법과정치 등은 비교적 쉽게 출제됐다.

과학탐구의 경우 지구과학2가 가장 어려웠다. 1등급 커트라인은 40점대 전후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어렵게 출제된 화학1, 생명과학1은 상대적으로 쉬워졌고 지구과학1도 평이한 수준을 보였다.

세종=이도경 박세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