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 새로운 門 열다… 로제타 탐사로봇 필라이, 혜성 ‘67P’에 착륙

입력 2014-11-14 03:36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유럽우주국(ESA) 관제센터에서 12일(현지시간)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 로봇 ‘필라이(Philae)’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무사히 착륙하자 ESA 연구진이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혜성에 착륙시킨 쾌거를 이룬 로제타호는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우주 및 생명의 기원을 밝힐 단서를 찾아내는 게 로제타호의 임무여서 앞으로 활동과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혜성 착륙의 의미=로제타호의 혜성 착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혜성은 지구에 비하면 중력이 훨씬 약해서 우주선이 튕겨나가기 십상이다. 로제타의 탐사 로봇 필라이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착륙한 것은 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쥐불놀이 깡통 위에 동전 하나를 잽싸게 던져 올린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때문에 무게가 100㎏가량 되는 필라이는 중력이 거의 없는 혜성에 착륙과 동시에 튕겨나가지 않도록 드릴 장치와 작살을 이용해 표면에 몸체 고정을 시도했다.

로제타호의 이름은 이집트 ‘로제타석’에서, 필라이는 이집트 나일강 지역의 ‘필라이 오벨리스크’에서 따온 것으로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와 필라이처럼 혜성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비밀을 밝히겠다는 열망이 함축돼 있다.

로제타는 2004년 3월 2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후 로제타는 10년8개월 동안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2배가 넘는 약 65억㎞를 비행했다. 로제타호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자 2011년 6월 8일부터 자체 동력을 쓰지 않는 동면 비행을 하다가 올해 1월 작동을 재개했다. 지난 8월 6일 67P 혜성의 궤도에 진입했다.

필라이가 착륙한 67P는 최대 지름 4㎞ 정도의 작은 혜성이다. 이름은 1969년 9월 11일 이 혜성을 처음 발견한 우크라이나 과학자 클림 추류모프와 스베틀라나 게라시멘코의 이름을 딴 것이다. 숫자 ‘67’은 운행주기를 가진 혜성 목록 가운데 67번에 올라 있다는 뜻이며, ‘P’는 태양공전 주기가 200년보다 짧은 단주기 혜성이라는 의미다. 이 혜성은 6.5년을 주기로 태양 주위를 초속 18㎞ 속도로 돌고 있다.

◇앞으로 무슨 연구하나=유럽우주기구(ESA)에 따르면 필라이는 착륙 뒤 곧바로 고화질의 주변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또 표면에서 23㎝가량 아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하고, 혜성 표면의 전기적·역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동시에 혜성 내부 구조를 탐사한다. 다만 필라이가 혜성 표면에 단단히 고정되지 않았을 때는 혜성 지하의 구성물질을 채취·분석하는 실험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필라이는 2∼3일가량 자체 에너지를 이용해 작동하고 이후에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으로 충전하게 된다. 초기 탐사 작업은 3개월가량 진행된다. 필라이와 함께 모선인 로제타호도 계속 67P의 궤도를 따라 돌면서 2015년 말까지 혜성 관찰을 한다.

로제타호의 궁극적인 임무는 혜성에서 유기물질의 증거를 찾는 것이다. 혜성들은 46억년 전 태양계가 탄생했을 당시 생성된 것으로 추정돼 ‘태양계의 타임캡슐’로 불린다. 과학계에서는 지구가 혜성과의 충돌을 통해 물과 함께 생명의 기원이 된 유기물질을 획득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는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혜성에서 그 물질을 찾아야 한다. 이런 물질이 발견될 경우 혜성이 지구 생명의 기원이란 일부 학설도 입증될 수 있는 셈이다. 알바로 히메네스 ESA 과학·로봇탐사 책임자는 “10년 이상의 우주여행 끝에 드디어 태양계의 가장 오랜 연구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