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 김무성·유승민 ‘화해의 곰탕’

입력 2014-11-14 03:40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정치적 오해를 풀었다. 우연한 ‘곰탕 회동’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은 새누리당 당직 인선을 둘러싸고 새나왔다. 김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한 뒤 유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했으나 유 의원이 이를 고사한 게 발단이 됐다.

두 사람은 원조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된다. 사석에선 유 의원이 정치 선배인 김 대표를 “행님”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이명박·박근혜 혈투에서 박 캠프를 이끌었던 전우다. 두 사람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하며 한을 풀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닮은 듯 다른’ 길을 걸었다. 이들 모두 박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한 뒤 박 대통령과 다소 소원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친박 주류와도 거리를 뒀다. 그러나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손을 잡지는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여권 주변에서 끊이질 않았다. 지난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유 의원이 김 대표를 지지하지 않고 서청원 최고위원을 밀었던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김 대표와 대구 동구을이 선거구인 유 의원은 각각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PK와 TK가 한판 싸움을 벌일 때 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갈등설은 지난 8월 초 유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고사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비록 상대편을 지지했지만 김 대표가 유 의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새누리당 당권을 차지한 김 대표는 ‘강한 여당론’을 내세우며 유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제안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김 대표 참모들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불만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삼고초려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유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으나 유 의원이 받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 주변에서는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화해의 계기는 우연히 왔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두 사람이 조우했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점심 약속이 없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독대가 이뤄진 것이다. 이들은 국회 앞 곰탕집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옆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 사이에 쌓였던 오해가 많이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사람은 두 번 더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번은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김 대표를 깍듯이 예우했고, 김 대표는 유 의원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는 친근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화해에는 오랜 정(情)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 필요성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특히 유 의원은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유 의원으로선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김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대표 역시 TK와 소장파의 지지를 받는 유 의원과 척을 져서 도움이 될 것은 없다.

이들의 관계는 당분간 원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좋은 사이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확실치 않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와 유 의원의 사이가 좋아진 것은 맞지만 차기 원내대표 선거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이 인사는 “당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김 대표는 절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와 유 의원이 2017년 대선 고지에서 경쟁자로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여권 차기 대권 후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고 유 의원도 잠재적 대권 후보 중 한명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