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軍 우크라 동부 진입”… 긴급 안보리 소집

입력 2014-11-14 03:45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대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군이 진입한 것이 목격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 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태도에 날을 세우고 있던 터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필립 브리들러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최고군사령관 겸 유럽주둔미군사령관이 러시아의 탱크와 포병을 비롯한 병력이 최근 이틀간 우크라이나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를 방문한 브리들러브 사령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경이 더 넓게 열리고 있다”며 “군사, 자금, 무기 등이 이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데 이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측도 러시아의 곡사포 부품과 다연장로켓 시스템 등을 적재한 군용트럭 43대가 반군 거점지역인 동부지역 도네츠크로 들어갔다고 보고했다.

브리들러브 사령관은 “도네츠크시 부근에서 아무런 표식이 없는 군사장비 행렬을 목격했다는 보고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같은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극해부터 멕시코만까지 장거리 전략 폭격기의 초계비행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나토와 OSCE의 위기의식은 더해졌다.

동부지역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유럽 주요 언론은 ‘갈등 유발자’ 러시아의 행보를 일제히 성토했다. 영국 가디언은 “군대와 일반 무기뿐만 아니라 대공 방어시스템까지 이동 중인 현 상황은 9월의 정전협정을 끝내 산산조각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회의에서 “러시아가 전쟁 재발을 계속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며 “군사들과 장비를 철수하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판킨 유엔주재 부대사는 “우리 무기와 병력은 우리 영토 안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이어 남부 지역까지 장악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은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정부와 휴전협정을 맺었으나 정부군과 반군의 국지적인 충돌은 계속돼 왔다. 반군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에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상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