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 영역은 역대 수능 영어 중 가장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얼마나 실수를 줄였는지가 관건이다.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될 예정이다. 교육 당국은 ‘쉬운 영어’를 누차 강조해 왔고 그 방침을 벗어나지 않았다. 국어가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된 이유는 영어가 사실상 변별력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수학에만 변별력이 몰릴 경우 수학 사교육이 급증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국어=수능 전에 난이도를 가늠해보는 9월 모의평가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던 수험생들은 당혹스러웠을 수 있다. EBS 문제를 충실하게 공부했더라도 응용된 지문이 많고 길어 까다로웠다는 분석이 많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대다수 입시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국어 A/B 모두 2012년 이후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 문과생이 응시하는 B형의 만점자 비율이 0.1%, A형도 1%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추정치도 나왔다(하늘교육).
A형은 문법에서 음운론(音韻論) 문항의 음운 축약과 반모음 첨가를 변별하는 문제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문학에서는 조선후기 설화(서석가탑)와 현진건의 기행문을 묶어 문항을 구성해 난도를 높였다. B형은 고전 문법에서 나온 2개 문항이 어려웠다. 고전시가와 현대수필을 묶어 출제한 문항도 수험생들이 애를 먹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채호의 역사관을 소재로 한 역사 지문, 타원 궤도의 특징에 대해 묻는 과학 지문이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A/B 공통으로 비(非)문학 지문 중에 ‘칸트의 취미 판단 이론’을 소재로 한 예술 지문, EBS에 나오지 않은 현진건의 무영탑 등이 상위권 변별력을 위한 문제로 보인다.
◇수학=수학이 예년보다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변별력이 상실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쉬웠다’고 평가하는 비교 기준인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 자체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수능 A형 만점자는 0.97%, 9월 모의평가는 0.38%로 모두 1%를 밑돌았다. 6월 모의평가는 만점자 비율이 1.37%였다. B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만점자가 0.58%, 9월 모의고사 0.52%로 어려웠으며, 6월 모의평가에서는 1.88%로 쉬웠다. 출제 당국은 “6월 모의평가 난이도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는데 어느 정도 적중한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학 A형은 매년 출제되던 ‘프렉탈 무한등비급수’와 증명을 요구하는 빈칸 추론 문제 등 두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다. 대신 행렬의 기본적인 연립방정식에 함수를 추가한 13번 문항과 정적분의 기본 개념에 주기함수 개념을 덧붙인 20번 문항 등이 신유형으로 출제됐다. 양평고 조만기 교사는 “A형의 경우 다양한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풀기 힘든 21번과 함수의 값을 하나하나 대입하는 30번 문항이 가장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B형 분석을 담당한 한영고 유제숙 교사는 “수열의 규칙성을 찾아서 일반항을 구하는 21번 문제는 주어진 조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서 특히 까다로웠다”며 “초월함수의 절댓값을 알아야 풀 수 있는 30번 문항도 고난이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수능 수학은 평가원 발표대로 6월 모의평가의 난이도와 유사하게 출제된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영어=영어는 쉬운 게 맞는데 과연 이 정도면 얼마나 쉬운 거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만점자 비율이 4∼5%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2년에 만점자가 2.67% 나와 ‘물수능’ 논란이 일었는데 올해는 그 2배에 육박하는 만점자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어의 EBS 연계율은 75.6%로 다른 영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 체감 난이도가 더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추론하는 문항이 지난해 7개에서 올해 4개로 줄었다. 빈칸 추론문제는 학생들이 어려워했던 문제로 상위권 변별력을 위해 출제되곤 했다. 또한 네 문항 모두 EBS와 연계됐고 선택지가 분명해 수험생들이 쉽게 풀었을 것으로 보인다. EBS 연계율이 높은 것은 지난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높인 결과로 추측된다. 지난해 수능 영어 B형의 경우 만점자가 0.39%에 그쳤다.
상담교사단의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지문에 대한 추상적 개념을 논리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33번이 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웠을 것”이라며 “9월 모의평가보다 전체적으로 난이도는 비슷하지만 최고 난도 문제가 줄어서 9월 모의평가보다 만점자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2015 대입 수능] 영어, 역대 가장 쉬워…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 탈락
입력 2014-11-14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