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험생이 생소하게 느낄 만한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여럿 출제됐다.
국어 B형에서는 신채호의 역사관에 대한 지문을 제시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묻는 문제가 눈에 띄었다. 지문은 ‘신채호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그의 사상의 핵심 개념인 ‘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른바 ‘EBS 연계 지문’이 아니어서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은 수험생이 많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싸늘하게 식은 한·일 관계도 이 문제를 출제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디지털 영상의 원리에 대한 글도 지문으로 등장했다. 해상도에 대한 설명과 모니터에 영상이 표시되는 원리, 왜곡 없이 영상을 구현하는 방법 등이 소개됐다. ‘선형 보간법’ ‘확대 복사 방법’ ‘영역축소 방법’ 등 전문용어가 등장해 적지 않은 수험생이 당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슈퍼 문(Super Moon)’의 원리를 달의 타원형 공전 궤도에서 찾는 지문에도 이심률, 원일점, 근일점, 원지점, 근지점 등 과학 용어가 다수 나왔다.
정지용의 시 ‘조찬(朝餐)’과 이태준의 수필 ‘파초’가 지문으로 제시된 문제는 고난도로 평가됐다. 김용진 서울 동국대사범대부속고 교사는 “지난해에는 현대시와 현대수필의 복합 지문이 나오지 않아 이번엔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진건의 역사소설 ‘무영탑’은 시험지 한 장을 다 차지할 정도로 긴 지문으로 나왔다. 관련 내용을 묻는 문제도 까다로웠다.
국어사전의 정보를 완성하는 문항은 특이했다. ‘더-하다’와 ‘덜-하다’에 대한 국어사전 내용의 일부를 비워두고 이에 들어갈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수학에서도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문제가 출제됐다. 디지털 사진을 압축할 때 원본 사진과 압축한 사진의 다른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에 관해 묻는 문제였다.
전반적으로 EBS 교재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특히 영어는 칸을 비워두고 추론케 하는 고난도 문제가 지난해 7개에서 올해 4개로 줄었다. 이 4개는 모두 EBS 연계 문제였다. 수학은 A형과 B형 모두 30개 문제 가운데 21개가 EBS에서 출제됐다. 단 국어는 EBS에 실린 작품의 다른 대목에서 지문이 출제된 경우가 여럿이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EBS와 비슷한 문제가 나왔다고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2015 대입 수능] 신채호 사상의 핵심 개념인 ‘我’ 지문으로 제시… 디지털 영상원리도 등장
입력 2014-11-14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