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형 가수, ‘감성 변태’, 1990년대 감성 발라드를 대표하는 뮤지션 유희열(43)이 자신의 원맨 프로젝트 그룹 토이를 통해 돌아왔다. 사랑의 지질한 감성을 한 편의 영화처럼 표현해 온 그답게 특유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이 13트랙에 걸쳐 흐른다. 2007년 6집 ‘땡큐’ 이후 7년 만에 나온 정규 7집 앨범 제목은 ‘다 카포(Da capo)’다.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M콘서트홀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유희열은 “6집을 낸 후 음악을 그만 해야겠다 마음먹었었다”며 “시간이 꽤 걸렸다. 앨범명처럼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기적같은 앨범”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을 두고 일각에선 ‘토이 역사상 가장 공을 들인 앨범’이라 표현했다.
앨범에는 성시경(35), 이적(40), 김동률(40), 선우정아(29), 다이나믹 듀오(멤버 개코 최자)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가수들과 신예 권진아(17), 김예림(20), 빈지노(본명 임성빈·27), 악동뮤지션의 이수현(15) 등이 보컬로 참여했다. 유희열은 직접 ‘우리’와 ‘취한 밤’ 두 곡을 불렀다. 전체적으로 리듬감 있는 멜로디에 애잔한 가사가 겹쳐진다.
타이틀곡은 성시경이 부른 ‘세 사람’이다. 2001년 나온 토이의 곡 ‘좋은 사람’의 10년 후 버전으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하던 여자가 결혼하는 장면을 스케치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곡 내내 흐르면서 성시경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조화된다. 유희열은 “토이표 발라드를 듣고 싶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청춘 발라드’의 느낌을 돌이켜보며 작업했다. 이 곡을 만들면서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이 장르’라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수현이 부른 ‘굿바이 썬, 굿바이 문’은 90년대 신스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캐롤곡이다. 권진아의 담담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그녀가 말했다’는 피아노 하나와 목소리로만 전하는 감성 발라드 곡으로 선공개 이후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타가수의 앨범에 목소리를 빌려준 김동률의 잔잔한 음색이 스며들어있다.
힙합 뮤지션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유희열은 “퓨전 재즈 연주곡 위에 랩을 통해 자유로운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며 “힙합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웃었다. 마지막 트랙인 ‘취한 밤’을 두곤 “신해철의 죽음을 겪으며 급하게 만든 곡이다. 그는 가는 길까지 나에게 곡을 남기고 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유희열은 라디오 DJ,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진행자로 활약해왔고 지난해부터 SBS 예능 ‘K팝스타 시즌 3’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tvN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와 ‘꽃보다 청춘’ 등에서 활동하며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1994년 1집 ‘내 마음 속에’로 데뷔한 뒤 단 7장의 정규 앨범을 냈다.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토이표 청춘 발라드의 귀환
입력 2014-11-14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