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M&A) 규모가 11조2200억원으로 2012년 이후 최대(반기 기준)를 기록했다. 국내 M&A 시장은 대기업 계열사 구조조정 관련 매물이 주종을 이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생 벤처기업 인수가 활발한 글로벌 시장과 차이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월 M&A 건수와 거래규모가 82건, 11조22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133건)보다 적었지만 금액은 2012년 상반기(18조86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다음과 카카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 등 굵직한 거래들 덕분에 금액이 늘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글로벌 M&A 거래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과 비교하면 국내의 증가세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글로벌 M&A 거래금액은 1조7700억 달러(194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72.8% 급증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래금액이 늘어난 가운데 미국이 7560억 달러로 40%를 차지했다. 미국 케이블TV 업계 1위 컴캐스트가 2위 타임워너케이블을 706억8000만 달러(77조5000억원)에 인수한 것이 가장 규모가 큰 거래였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업체 와츠앱을 인수한 것처럼 글로벌 시장에선 신성장동력 사업 관련 신생 기업에 대한 M&A가 활발하다. 반면 국내에선 벤처기업 M&A보다는 대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를 합병·분할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사들일 때 헐값 인수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데다 M&A보다는 자체 인력 육성을 선호하는 문화가 강한 탓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국경을 넘는 M&A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753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민간기업의 기술 확보 목적의 M&A가 두드러졌다. 중국 PC회사 레노버가 미국 휴대전화 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했으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들도 적극적인 M&A로 영역을 넓혀갔다.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2000억원으로 전체 거래금액의 1.8%에 불과했다.
현재 KDB대우증권과 KDB생명, 현대증권, 아주캐피탈 등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매물로 많이 나와 있어 당분간 M&A 시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사업내용이 불확실한 기업에 대해선 면밀한 심사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글로벌 흐름과 따로 가는 국내 M&A
입력 2014-11-1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