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수석 차지한 김신호 경위 “현장 업무 어려움 보충하려고 법 공부 시작”

입력 2014-11-14 02:33

올해 치러진 제56회 사법시험의 수석합격은 부산진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하는 김신호(34·사진) 경위가 차지했다. 현직 경찰관이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하기는 처음이다. 경찰대 출신인 김 경위는 “3년4개월간 매일 오전 5시에 기상해 오전 8시까지 공부한 뒤 출근했고, 퇴근 후에는 경찰서 사무실에서 새벽 1시까지 공부했다”고 말했다.

김 경위가 사법시험에 뛰어든 계기는 경찰관으로서 만난 ‘현장’에 있었다. 그는 “많은 실무를 처리할 때마다 민사적 법률 지식이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며 “업무의 어려움을 스스로 보충하려고 법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고시생들이 많이 활용하는 수험용 요약서 대신 각 과목 교수들이 집필한 기본 교과서를 반복해 읽었다. 김 경위는 “모의고사를 치려고 잠시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있었는데, 내가 읽는 책은 많이들 안 보는 교재라고 해서 놀랐었다”고 말했다.

그는 6살 아들과 3살 딸을 둔 가장이다. “나 혼자의 힘으로 합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딸을 출산할 때 김 경위 부인은 공부를 마치고 새벽에 귀가해 쓰러져 자는 남편을 방해하지 않으려 몰래 병원에 갔다고 한다. 김 경위는 “그날 아침엔 계속 눈물만 나더라”고 했다.

김 경위는 바로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계획이다. 포부를 묻자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국가로부터 입은 혜택이 많다. 검사 판사 변호사 등 진로를 정하진 않았지만 어느 쪽이든 국가에 혜택을 돌려줄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3일 김 경위 등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204명을 발표했다. 로스쿨 제도 시행으로 지난해보다 102명 줄었다.

대학별 합격자는 서울대가 40명으로 가장 많고 연세대 26명, 한양대 22명, 성균관대 20명, 고려대 14명 등이었다. 남성이 136명(66.7%), 여성은 68명(33.3%)이다. 여성 합격자 비율은 2011년 이후 처음 30%대로 낮아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