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영향력과 자신감이 절정에 달했다. 15일로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지 만 2년을 맞는 그는 국내적으로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가장 강한 지도자’라는 평가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2년 전 총서기 취임 후 시 주석은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달 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처음 언급했다. 다음 해 3월 국가주석 취임 후 다시 중국의 꿈을 강조하면서 이제 그의 통치이념이 됐다. 이번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아·태의 꿈’을 이야기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APEC을 통해 중국의 꿈과 세계의 꿈을 내다봤다”고 칭송했다.
시 주석은 APEC 폐막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위한 로드맵의 출발을 선언했다. FTAAP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아시아 지역 경제를 일체화하고 중국이 주도권을 갖는 경제협력체다. APEC 개막 직전에는 ‘실크로드 기금’으로 400억 달러(약 43조7400억원)를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라시아 60여개국의 인프라 개선에 쓰이게 된다. 서방 언론들은 2차대전 직후 유럽의 재건을 이뤘던 미국의 마셜플랜을 연상시키는 ‘중국판 마셜플랜’으로 칭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중국이 FTAAP와 실크로드를 통해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최신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시 황제’ 시 주석이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한 권력을 지닌 중국의 최고 지도자라고 평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에 빗대 시 주석을 ‘개혁의 신설계사’로 명명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군 통수권자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물론 총리의 영역이던 경제 권력까지 장악하며 명실상부한 중국의 1인자가 됐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반부패 드라이브’를 통해 중국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시 주석은 중간선거 참패 이후 ‘레임덕’에 빠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이후 군사적 충돌 상황까지 가던 갈등 관계를 어느 정도 해소해낸 분위기다.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이번 중·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군사연락 기제 구축”이라며 “이를 통해 ‘전략적 의심’ 분위기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황제 시진핑’의 야심
입력 2014-11-14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