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경비원은 쓰레기통이 아니에요”

입력 2014-11-14 02:13
분신 경비원 이모씨에 대한 노제가 지난 11일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친절한 쿡기자] ‘을(乙) 중의 을’. 아파트 경비원의 비애를 담은 글이 인터넷에 게재돼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최근 경비원이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이 비인격적 대우를 받다가 분신한 뒤 사망하고 ‘갑(甲)’질 하는 입주민들에게 모욕당하는 등 수난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 게시글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듯합니다.

1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경비원 자녀의 글이 이미지 형태로 게재됐습니다. 제목이 ‘대한민국의 쓰레기통’입니다. 글에는 “제 아버지가 경비고요. 가끔 아파트 주민들이 성의표시로 준 물건들을 가져오십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안 드시고 집에 가져오시는데 대개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입니다”라고 이어집니다.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전하는 대목에서는 씁쓸함이 묻어납니다. “오래전 직장 동료가 집에서 우유를 마시려다 유통기한이 지난 걸 발견하고 자기 엄마에게 날짜 지났다고 하자 엄마 왈, ‘유통기한 지난 거 경비(원) 주면 돼’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재미있어 하며 얘기했어요. 본인 엄마 재밌고 쿨하다고요”라는 내용입니다.

글은 “오늘은 누가 화장품을 줬다며 가져오셨는데 2004년에 제조된 거네요. 경비는 쓰레기통이 아니에요∼”라고 끝맺습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성토가 댓글로 이어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상상도 못할 짓”이라며 “뿌린 대로 거두길”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경비원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를 호소한 글들도 이어졌습니다. “괜히 우리 아파트에 계시는 경비 아저씨한테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신경 써서 뭔가 해주지 못하더라도 저런 인성은 갖다 버리자”고 자성하는 내용입니다. “자신의 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웃집 어른처럼 대해주세요. 그냥 사람 취급은 해주세요”라고 호소 섞인 글도 있습니다.

실제 아파트 주민들이 “수고하신다”며 따뜻한 마음으로 간식거리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지 못한 채 본의 아니게 경비원을 ‘비하’하는 사례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법적으로 명시된 근무시간, 휴게시간이 있고 할 일도 정해져 있지만 아파트 입주자가 법보다 더 무서운 게 오늘날 경비원들의 현실이랍니다. 우리가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시고 더럽고 힘든 일을 하시는 분일수록 무시할 게 아니라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작은 관심과 배려가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해줄 것입니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